[기자수첩] 한국거래소의 수상한 수상기준

상(賞)은 누구나 받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하다못해 개근상이라도 받으려면 단 하루도 빠지지 않고 출석하는 '특별함'이 필요하다. 그래서 수상에는 조건이 중요하다. 너나 할 것 없이 주는 상은 상으로서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한국거래소의 우수 컴플라이언스 회원사 표창이 낯 부끄러운 것은 바로 그래서다.

지난 1월 한국거래소 시장감시위원회는 지난해 우수 컴플라이언스 회원사로 대신증권과 한화증권을 선정했다. 대신증권이 불공정거래 자금세탁ㆍ금융사고 등을 아우르는 통합준법 모니터링시스템을 구축했고, 한화증권이 윤리경영 전담부서 설치했다는 것이 거래소가 밝힌 수상 조건이다.

하지만 이런 식의 불공정거래 예방 활동은 수상에서 배제된 다른 증권사도 시행하고 있다. 예컨대 최근 3년간 수상 경력이 없는 신한금융투자도 각 부서마다 준법감시담당자를 두고 점검 결과를 항상 모니터링 하고 있고, 한국투자증권도 불공정거래 혐의(개연성)거래 계좌를 요주의 계좌로 등록 수시로 매매내역을 점검하고 있다.

때문에 오해를 피하려면 뚜렷한 선정 기준 공개가 필수다. 그럼에도 거래소는 우수 컴플라이언스 회원사 선정 기준을 '내부 규정'이란 이유로 밝히지 않고 있다. 다만 '개선'이란 이름으로 수상대상을 기존 2개사에서 3개사로 확대하고 포상금을 인상했을 뿐이다.

물론 거래소도 할 말은 있다. 격려 차원의 수상에 큰 의미를 둘 필요가 있냐는 것. 실제 한국거래소는 자율규제기관인 탓에 증권사 도움 없인 불공정거래를 잡아내기 힘들다. 하지만 공공기관인 한국거래소를 믿고 투자에 나선 이들의 입장은 이와 다르다.

당장 올 1월 우수 컴플라이언스사로 선정된 한화증권은 작년 모 외국계 자산운용사의 주가연계증권(ELS) 수익률 조작에 휘말렸던 증권사다. 한화증권은 단순 판매사로 직접적인 책임은 없다. 하지만 당시 한화증권을 믿고 ELS에 가입했다 손실을 본 투자자들이 이 증권사가 '우수 컴플라이언스 회원사'라는 거래소 발표에 쉽게 고개를 끄덕일 수 있을지 고민해봐야 할 일이다. 

아주경제= 김용훈 기자 [e-ma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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