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10명의 임금을 섬기게 한 '말' 처세술과 C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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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0-03-07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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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화지문(口禍之門).’

입은 재앙의 문이다.

중국 당나라가 망하고 송나라가 세워질 때까지 53여 년 동안 여럿 임금을 섬긴 풍도(馮道) 정치가가 남긴 말이다.

풍도는 다섯 왕조에 걸쳐 여덟 개의 성을 가진 열 명의 임금을 섬겼을 정도로 처세술에 능한 인물이다.

그가 선택한 처세술은 바로 구화지문. 풍도가 지은 ‘설시(舌詩)’에서 더 자세한 내용을 알 수 있다.

“입은 재앙을 불러들이는 문이요(口是禍之門). 혀는 몸을 자르는 칼이로다(舌是斬身刀).  입을 닫고 혀를 깊이 감추면(閉口深藏舌), 가는 곳마다 몸이 편안하리라(安身處處宇).”

이 시에서는 화를 불러오는 게 입이지만 근본적으로 말조심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부처도 “우리들의 입은 화근의 근원이며 몸을 태우는 맹화라는 사실을 잘 알고 항상 상냥한 언사를 쓰지 않으면 안된다”고 했다.

말조심은 오늘날 기업의 최고경영자(CEO)를 비롯한 조직의 리더 혹은 조직원들이 기본적으로 명심해야 할 처세술이다. 하지만 너무 간단하고 쉬운 이 진리를 놓쳐버리는 경우가 많다.

이승한 홈플러스 회장도 지난해 중소상인의 슈퍼마켓을 ‘장애인이 만드는 맛없는 빵’에 비유, 구설수로 각종 언론에 의도하지 않은 스포트라이트를 받아야만 했다.

특히 장애인들의 거센 반발과 함께 국감에서도 이슈가 되는 등 엄청난 곤욕을 치뤘다.

최근 이 회장은 최근 유럽 패션 브랜드를 런칭을 계기로 언론 홍보에 적극적으로 나서며 이미지 쇄신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는 '11만원짜리' 양복을 입고 나와 저가의 패션을 자신도 즐겨입는다며 서민층 이미지를 부각시켰다. 또 임원급들의 아내들까지 이 옷을 직접 입게 하고 런칭쇼에 참가토록 했다.

하지만 고가의 럭셔리한 호텔에서 이뤄진 런칭쇼는 오히려 서민들이 즐겨 입는 저렴한 가격대의 이미지와 썩 어울리지 않아 보였다.

게다가 영국 본사 테스코의 자체브랜드(PL) 상품이라는 사실을 드러내지 않은체 유명 브랜드를 독점 공급한다는 홍보마케팅도 눈살을 지푸리게 했다.  

장애인비하 발언 이후 공식적인 자리를 자제했던 이 회장이 11만원짜리 양복을 입고 나타나 자사 브랜드를 알리는데에만 열을 올리는 모습이 아쉬움을 남게 한다.  

아주경제= 김은진 기자 happyny777@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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