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산업 '소프트화'가 사업 성패 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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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0-03-07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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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경제연구원, 녹색시장에 부는 변화의 바람
사업혁신 능력 보여야...녹색기업 운영 안전성 담보, 역량 축적.브랜드 강화 노력
본래 가치에 더 충실... 초기 취지와 다른 사례 발생, 친환경 제품 세부 평가 필요
고객 편의성 극대화...지식정보 활용 능력 강조, 녹색기업 간 융합 현상 강화

녹색산업에도 조만간 무형의 소프트한 가치가 중요해지는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소프트화란 기계, 장치, 제품 따위의 물적·양적 가치보다는 기술, 지식, 정보, 서비스 등의 가치를 중시하는 쪽으로 바뀌는 것을 말한다.

LG경제연구원은 최근 발표한 '녹색산업도 소프트한 가치를 생각할 때'라는 보고서에서 지금까지 초창기 시장 선점을 위해 효율과 내구성, 가격이 중시됐던 녹색산업은 정부의 지원이 줄고 제품이 대중화되는 가까운 미래에는 소프트한 역량이 중요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성낙환 LG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정보통신(IT) 기술 발전으로 지식정보 사회가 도래하고 제조업 생산성이 향상되면서, ‘소프트화’는 사업 성패를 가르는 중요한 기준으로 자리잡게 됐다"며 "태양광, 풍력, 전기자동차 등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신생산업 분야에서도 소프트화 바람이 곧 불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녹색산업의 성패를 가를 소프트한 역량은 크게 ▲실적과 경험에서 나오는 혁신능력 ▲녹색 가치의 본질에 대한 이해 ▲서비스, 솔루션, IT 활용, 융합능력 강조 등 세가지로 구분된다.

◇실적과 경험을 통한 사업혁신 능력

현재는 녹색산업 제품의 가격이 매우 높아 정부의 지원 없이는 사업을 유지하기 힘든 상황인 게 사실이다.

하지만 많은 기업들이 원천기술이나 상용화기술에 매달리며 정부의 지원에서 벗어나려 하고 있고, 녹색성장의 공감대가 확산되면서 소비자들의 저항도 줄어들고 있는 추세다.

이때 개별 녹색산업 기업들에게 중요한 것은 운영 안정성을 담보하고 혁신의 밑거름이 되는 사업 경험 및 실적이라고 보고서는 밝혔다.

소비자들은 신산업에 대한 생소함으로 인해 제품이 설계대로 움직이는지, 안전하게 작동하는지, 얼마나 오랫동안 사용할 수 있는지 등 제품 자체에 의구심을 가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녹색산업 기업들은 정부와 민간의 대규모 프로젝트 참여와 풍부한 사업 실적을 통해 초기 시장 선점과 역량 축적, 브랜드 우위를 점하기 위한 노력이 중요하다.

◇ 녹색가치의 본질에 대한 이해

앞으로는 녹색산업이 추구하는 본래 가치에 좀더 충실할 필요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사실 지금까지는 태양광 발전소 건설을 위해 산림을 훼손한다든지, 풍력 발전소 건설로 주변에 소음 공해를 일으킨다든지 하는 친환경 또는 녹색이라는 원래 취지와 배치되는 사례가 종종 발생했다. 

이는 녹색산업이 정부의 실적 목표치를 맞추려는 요인이 더욱 강하게 작용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세계적으로 개별 제품의 탄소발자국(개인 또는 단체가 직접·간접적으로 발생시키는 온실가스의 총량)뿐만 아니라 기업 단위의 배출량까지 포괄하는 평가 인증방식을 도입하고 있어, 무늬만 녹색인 산업의 행태에 크게 규제가 가해질 전망이다.

특히 청정개발체제(CDM)와 같은 대규모 배출량 검사가 본격화될 경우 녹색산업 내의‘친환경 옥석 가르기'는 더욱 활발해질 전망이다.

성 선임연구원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제품이 주변 환경에 어떠한 영향을 주는지, 실질적인 이산화탄소 감축량은 얼마나 되는지, 제품의 생산에서 소비, 재활용까지 친환경적으로 운영되는지 등 같은 친환경 제품이라 하더라도 보다 세밀한 환경평가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 서비스, 솔루션, IT 활용, 융합능력 강조

녹색산업은 지금까지 대중에게 쉽게 다가갈 수 있을지에 대해 주로 고민해왔지만 앞으로는 제품 판매 이후 품질 보증과 고객 편의성 극대화와 같은 운영관리 서비스 및 솔루션이 중요해질 전망이다.

특히 최근 사후 품질 관리의 미흡으로 대량의 리콜 사태에 직면한 도요타의 사례가 녹색산업에서도 재현될 수 있다. 

이와 함께 스마트 그리드, 그린 IT 등 태생적으로 지식정보의 활용이 매우 중요한 녹색 산업의 경우 소프트웨어 개발 능력, 혁신적인 아이디어, 지식정보의 활용능력 등이 더욱 강조될 전망이다.

이들 산업의 경우 인터넷 및 유무선 통신을 활용한 소프트웨어가 큰 부분을 차지하고, 스마트폰, 태블릿 PC 등 다양한 디지털 디바이스를 사용하기 때문이다.

또한 녹색산업 간의 융합 현상이 강화될 전망이다.

예를 들어 운전 중에도 충전이 가능한 태양광 자동차, 전기자동차 충전을 위한 구글의 태양광 주차장 등의 기술이 선보일 가능성이 높다.

태양광 및 풍력의 남는 전기로 무공해 에너지인 수소를 생산하거나, 해수온도차 발전 및 풍력 발전을 묶은 에너지 아일랜드 사례 등도 나타나고 있다.

성 선임연구원은 "섣불리 소프트한 가치에 치중해 제품의 기술 및 성능을 소홀히 하면 자칫 사상누각이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현재의 제품력을 갈고 다듬는 작업이 우선"이라면서 "굳건한 제품력을 기반으로 소프트한 가치들을 결합하는 것이 보다 현실적인 방향"이라고 조언했다. 

아주경제= 김종원 기자 jjong@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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