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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중 하늘의 문지기 신인 ‘야누스’는 우리에게 가장 잘 알려진 신이다. 하나의 얼굴은 과거를 보고 또 하나의 얼굴은 미래를 보는 ‘두 얼굴’의 신이 바로 야누스다.
로마시대에 야누스는 원래 좋은 의미의 신이었다. 그러나 후세에 샤프테스버리의 백작인 ‘앤서니 애실리쿠퍼로’가 그의 작품에서 ‘한쪽 얼굴로는 미소를 짓고 다른 쪽 얼굴로는 분노를 보이는 신’으로 묘사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이 때부터 야누스는 ‘이중적 이미지’의 신으로 전락해버렸다. 그래서 지금도 ‘겉 다르고 속 다른 인물’을 묘사할 때 ‘야누스의 얼굴’이라고 칭한다.
그런데 요즘 미국의 행동에서 야누스의 얼굴을 볼 수 있다. 지난달 26일 미국의 조지아주 웨스트포인트시는 축제 분위기였다. 기아차가 웨스트포인트시에 연산 30만대 공장을 가동하면서 조지아주 전체가 환영 일색이었다. 도시 곳곳에 ‘Celebrate KIA’라는 플래카드가 춤추듯 넘실댔다. 태극기와 성조기는 거리마다 물결을 이뤘다.
이처럼 환영 열기가 뜨거웠던 것은 기아차 가동을 계기로 막대한 지방세 납부와 고용창출 효과가 기대됐기 때문이다. 실제로 웨스트포인트시는 기아차 가동과 함께 7500명의 고용창출 효과를 거두게돼, '미국의 강원도'로 불린 이 곳은 일약 경제도시로 변신하게 됐다.
이러한 ‘계산’을 하고 조지아주는 기아차 유치를 위해 20년간 법인세 면제 등 약 2억5000만달러에 달하는 인센티브까지 제공했다.
그러던 미국이 요즘 야누스로 돌변하는 듯 싶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조기 비준에 백악관 등 미국 정가는 갈수록 반대 목청을 높이고 있다. 우리는 미국이 요구한 자동차세·배기량·보험료·신속분쟁처리절차 등 모든 쟁점사항들을 원안대로 수용했다. 그러나 미국 정가는 "한국이 미국에서 연간 70만대를 파니, 한국에서도 미국차를 70만대 사도록 해야한다"며 떼를 쓰고 있다. 심지어 한국 정부나 군·공기업 등이 의무적으로 미국차를 사야한다는 억지 주장까지 펴고 있다. 이처럼 계속 억지를 펴면 '한·미 FTA 불공정성 논란'은 다시 점화될 수 있다. 최근 도요타 리콜에 이어 현대차 쏘나타 리콜도 일부선 일본차에 이어 한국차까지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한 압박용 카드를 사용한 것 아니냐는 지적까지 나올 정도다.
이처럼 미국은 그들의 이해득실에 따라 ‘미소’와 ‘분노’를 동시에 보이면서 야누스 얼굴을 하고 있다.
‘실리’에 따라 두 얼굴을 한 야누스의 느끼함.
우리 기업들은 그에 대해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총성없는 무역전쟁을 치르는 요즘 상황에서 우리가 이러한 ‘감상론’에 빠져만 있어선 곤란하다.
현실적으로 미국의 압박에 대응할 수 있는 우리만의 확실한 ‘카드’를 준비해야 할 때다.
우리 기업들은 우선 미국 소비자들의 ‘바이 아메리카(Buy America)’ 정서에 맞춰 현지 생산시스템을 강화하는 것이 시급하다. ‘미국의 땅에서, 미국 근로자를 고용해 현지생산’을 더욱 확대할 경우 양국간 마찰을 줄일 수 있다.
또한 미국의 자동차 업계와 미시건주 출신 민주당 의원들이 한·미 FTA 가운데 자동차 분야의 추가 수정을 계속 요구하고 있는 것에 대해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대응논리를 준비해야 한다. 미국이 단계적 으로 관세철폐에 대해 반론을 펴고 있으나, 이미 우리 기업은 미국 내 생산비중을 70%까지 높인 상태로 관세영향을 크게 줄인 점 등을 미국 정가에 충분히 어필해야 할 것이다.
이렇게 할 때 미국의 ‘두 얼굴’에 대응할 수 있는 한국의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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