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자동차시장에서 최악의 상황에 몰린 건 도요타가 아니라 크라이슬러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겉으로 들어난 판매실적은 그런대로 괜찮지만 일반 소비자들과의 사이가 급격히 멀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CNN머니는 10일(현지시간) 올 들어 지난달까지 크라이슬러가 기록한 판매실적은 속 빈 강정에 불과하다며 크라이슬러가 도요타보다 더 큰 난관에 봉착했다고 보도했다.
지난 1~2월 크라이슬러의 자동차 판매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 주는 데 그쳤다. 외견상 무난한 출발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의 견해는 다르다. 렌터카나 중고차업체가 수요를 주도했고 대량 구매에 따른 인센티브 등을 감안하면 매출실적이 형편없다는 것이다.
자동차 전문 시장조사업체 에드문즈닷컴은 크라이슬어가 지난 1~2월 일반 소비자에게 판매한 자동차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44% 급감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 자동차시장에서 7위에 해당하는 저조한 실적이다.
반면 같은 기간 도요타의 자동차 판매는 14% 감소하는 데 그쳤을 것으로 추정했다. 도요타가 대량 리콜 사태로 이미지에 치명상을 입고 주력 차종의 판매를 일주일 이상 중단했다는 점에서 크라이슬러의 실적은 더 충격적이다.
향후 전망도 암울하다. 우선 매출 감소폭이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크라이슬러가 지난해 초 현금을 확보하기 위해 생산량을 크게 줄였기 때문이다.
CNN머니는 새 차나 다름없는 중고차를 렌터카나 중고차 회사에 팔아 넘기는 것도 향후 매출과 수익을 갉아먹는 부메랑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신차 수요가 그만큼 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크라이슬러는 렌터카 회사들이 자사 차량을 구매하고 있다는 사실이 소비자들의 신뢰를 되찾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크라이슬러의 경영권을 인수한 이탈리아 자동차업체 피아트가 미국 소비자들과 교감을 나눌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피아트는 최근 미국에서 전형적인 유럽식 마케팅을 펼치고 있지만 미국인들은 썰렁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오토코니닷컴의 에릭 메르클 사장은 "피아트 브랜드와 디자인은 아직 미국시장에서 검증받지 못했다"며 "크라이슬러의 주력 차종 가운데 하나인 픽업트럭의 인기가 시들해지면서 입지는 더 좁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크라이슬러는 중소형차 부문이 약해 현대차나 포드처럼 도요타 리콜 사태에 따른 반사이익도 누리지 못하고 있다.
제시카 캘드웰 에드문즈닷컴 애널리스트는 "도요타의 대규모 리콜사태 이후 경쟁업체들의 홈페이지 접속량(트래픽)이 크게 늘어나고 있지만 크라이슬러 홈페이지의 접속량에는 큰 변화가 없다"고 말했다.
아주경제= 신기림 기자 kirimi99@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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