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울진 원전 1,2호기 건설사업자 선정이 또다시 연기됐다. 입찰과정에서 불거진 전산장애 문제로 결국 사업자 선정이 다시 미뤄진 것이다. 그동안 9차례 유찰사태로 난항을 겪은 핵심 국책사업은 한국수력원자력의 허술한 입찰관리로 인해 1년 가까이 표류 중이다.
사업비가 1조4000억에 이르는 초대형 사업임에도 불구하고 발주기관인 한수원이 사전 시뮬레이션도 해보지 않는 등 입찰과정이 어처구니없이 진행됐다는 지적이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은 현대건설 등 4개 컨소시엄이 응찰한 신울진 1, 2호기 건설공사의 시공사 선정이 전산입찰시스템 오류와 현장 개찰과정에서 공정성 의혹이 불식되지 않음에 따라 개찰을 연기하거나 재입찰을 검토 중이다.
신울진 시공사 선정은 10일 전산 오류로 인해 당초 전산입찰 내역서를 폐기, 현장 내역서 제출로 바뀌는 과정에서 일부 응찰사의 입찰내역서 수정 의혹이 제기됨에 따라 재입찰이 유력시된다. 이 경우 낙찰자는 재공고 후 일주일 이내에 결정되기에 이르면 앞으로 10일 이내에 결정된다.
한수원은 당초 10일 신울진 1, 2호기 공사를 위한 전자입찰과 함께 개찰을 하고 낙찰자를 확정, 발표할 예정이었다. 그런데 입찰에 참여한 4개 건설사 컨소시엄의 내역서가 개찰프로그램에서 뜨지 않는 등 전산입찰시스템이 작동치 않으면서 문제가 발생하기 시작했다.
한수원은 방식을 바꿔 현장으로 입찰 서류를 가지고 올 것을 통보했고 건설사들도 현장 입찰에 참여했다.
하지만 한 참여 건설사가 해킹 가능성을 제기하며 현장입찰도 결국 연기됐다.
이에 따라 한수원은 전산장애가 단순한 시스템 장애문제인지 아니면 해킹에 의한 것인지를 가리기 위해 개찰을 보류하고 지식경제부 사이버안전센터에 조사를 의뢰했다.
11일 지경부 사이번안전센터로부터 해킹을 시도한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다는 내용의 의견서를 받은 한수원은 현장입찰 내용을 통해 사업자를 확정할 방침이었지만 이 또한 문제가 됐다.
전자입찰에 이미 접수를 마쳤던 건설사 컨소시엄은 당시 입찰서를 그대로 현장에 제출한 반면 나머지 건설사는 입찰가격을 수정해 제출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그대로 현장입찰을 진행할지 아니면 유찰시키고 재입찰을 할지를 놓고 한수원과 건설사 컨소시엄간의 갈등이 빚어지면서 상황이 더욱 꼬이게 됐다.
결국 업체별 내역서의 유출 의혹이 완전히 해소될 때 개찰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개진했고 한수원이 이를 받아들이면서 낙찰사 선정은 또다시 미뤄지게 됐다.
발주처의 허술한 입찰 관리가 자칫 건설업체 간에 얼굴을 붉히는 분쟁까지 우려되고 있는 것이다.
입찰에 참여하고 있는 한 건설사 관계자는 "초대형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사전 시뮬레이션조차 해보지 않았다는 것이 이해가 안된다"며 불만을 표시했다.
업계의 또 다른 관계자는 "대한민국이 IT강국이라고 하는데 초대형 전자입찰에서 단순한 전산장애 문제로 개찰이 안되고 일정 자체가 늦어지는 것을 이해할 수도 없거니와 부끄러운 일"이라고 일침했다.
한편 이번 입찰에는 현대건설 삼성물산 대우건설 대림산업 4개 컨소시엄이 입찰에 참여하고 있다.
아주경제 유희석 기자 xixilife@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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