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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암시하듯, 철과 무기가 먼저 발달한 문명권 사람들이 원거리 이동을 통해 다른 대륙 원주민에게 자연스레 병균을 퍼뜨리고, 정복 전쟁에서 승리함으로써 물질 문명의 차별이 초래됐다.
한반도는 인문 지리적 위치상 문명의 발상지가 아니고 수용지이자 소비지였다. 부동산으로 따지면 사거리 커브 길에 위치한 목좋은 담배가게 같은 곳이라 고대, 중세를 거치며 총균쇠 문명에 의한 침탈도 잦았다.
통일신라 덕에 겨우 민족국가로 발전할 수 있는 인프라를 유지했고 기질이 강한 대륙 출신이 왕조 리더십을 발휘해서 그나마 중원(中元) 세력에게 완전 정복되지 않고 20세기 초반까지도 버텨왔다.
근대화의 기초를 놓아준 공로가 있음에도 일제가 미움받는 큰 이유는 빈틈없는 완전 정복의 야심 때문이다. 대륙을 정복하고자 광기에 휩싸였던 사무라이 정권의 야심이야 한반도쯤 만주정벌을 위한 보급로에 불과하다고 치부했겠지만 수천년 귀족ㆍ양반 문화가 살아 있는 통일국가 민심의 입장에서는 거의 100년 정도쯤은 원수로 삼을 만한 집단 경험이었다.
다행히 2차 대전에서 미ㆍ영ㆍ소ㆍ불 등 연합국 진영이 승리함으로써 한반도에 근대국가의 씨앗이 심어졌고 남북간 전쟁까지 거치며 경제적 인프라가 닦였다.
남한은 지정학적 위치를 고려한 군사 전략적 판단에 따라 서구 선진 물질문명의 정착지로 낙찰됐고 미국 정부와 군부의 각별한 관심 속에 경제와 정치, 문화적 성장을 이룰 수 있었다.
근대 국민국가의 초대 대통령이 미국 유학파인 사실이 대한민국으로서는 행운이다. 비록 가신들이 임금처럼 섬기다 망명까지 보내게 되지만 글로벌 물질문명 국가의 초석을 다진 이승만 전 대통령의 업적은 고유하고 위대하다.
미국 유학파 대통령 이승만 덕에 억지로 시작된 운크라(UNKRAㆍ유엔한국재건단) 자금 1억불 등 미국의 이런 저런 원조가 한국전쟁을 거치며 무기와 군대 파견으로 연결돼 다시 차관으로 이어지고, 그 덕에 월급받는 군부와 행정 엘리트가 생겨나고, 법인들이 들어 서고, 터프하지만 군부에서 양성된 근대적 리더십이 정착돼 수출 산업이 자리를 잡고, 금융이 돌고 소비자 계층이 생기고 수입 산업이 발흥하고, 공업 입국으로 먼저 자리잡은 일본 덕에 소비재 경공업에서 중공업 화학 기계 건설로, 마침내 반도체와 정보통신 강국으로, 급기야 쇠락하는 조짐을 보이는 일본이 '한국을 본받자'며 손을 내미는 데까지….
대한민국의 물질문명 수용의 역사는 눈부시고 경이롭다. 모든 게 겨우 사람 한 평생 정도 세월 동안 창출한 규모와 질이라는 걸 생각하면 대한민국이야말로 가장 단기간 선진 일류 국가가 된 모델 케이스이다.
이러한 물질문명의 발달 덕분에 정치인과 관료와 군인, 부자와 서민, 기업가와 실업자, 윗세대와 아랫세대, 종교인과 비종교인을 막론하고 절대 다수가 호의호식하고 오순도순 행복했으며 교육과 여행의 기쁨을 누릴 수 있었다.
한 마디로 서구에서 흘러들어 온 물질문명 덕에 우리 모두가 등 따시고 배 불렀다. 뭐니뭐니해도 배 불러야 웃음이 나오고 웃음이 나온다는 건 여유가 있다는 말이고 여유는 생각을 하게 하고 생각의 끝자락엔 다음 세대를 위한 기획과 설계가 따르게 마련이다.
요즘 부모들은 자녀들이 똑똑하고 훌륭하고 돈 잘 버는 사람 중 한 가지라도 되는 게 소원이라고 한다. 세 가지 다 갖추면 금상첨화라며 욕심내는 부모들도 많다.
하지만 정작 지식과 지혜와 용기의 원천이자 텃밭인 문명사의 흐름에 대해 가르치기를 소홀히 한다. 그러는 사이 자녀들은 합성착향료나 화학감미제 잔뜩 들어간 불량 과자 같은 급진적, 퇴행적 문명사 해석에 매료되고 중독된다.
386세대나 전교조, 그들에게 잘못 배운 젊은이들의 왜곡된 주장만 탓할 게 아니라 부모세대가 독서의 모범을 보이며 문명사 공부를 직접 시켜야 한다. 이 부분이야말로 지금 공교육, 사교육에서 매우 부족한 공부의 대표다. 현행 역사 교과와 입시 시스템은 기껏 잘해봐야 팩트(Fact)의 나열로 역사 공부에 흥미만 잃게 하고 있다.
교육감 비리 못지 않게 심각한 교육계 현안이다.
<트렌드아카데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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