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정로 칼럼] 미워도 다시 한번

최근 국내 증시를 무겁게 짓누르던 소위 3대 악재(남유럽 국가들의 재정위기, 중국의 긴축 정책 추진, 미국의 금융규제 개혁안)에 대한 다소 낙관적인 전망이 시장에 퍼지고 있다.

그 중에서도 시장에 가장 큰 우려를 가져왔던 그리스 재정 위기의 경우, 프랑스와 독일을 중심으로 차관 제공 및 향후 발행될 그리스 국채에 대한 지급 보증 방안이 마련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물론 시장의 근본적 불안 요인을 완벽하게 해소하기엔 부족한 수준이다. 하지만 이러한 잠재적 시장 리스크의 완화 가능성을 긍정적으로 평가한 듯, 지난주 국내 주식 시장은 실로 오랜만에 상승세로 마감됐다.

그러나 이러한 시장의 회복 가능성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면서 오히려 향후 투자자들의 고민은 더욱 깊어져 갈 듯 하다.

   
 
최형록 SC제일은행 도곡 PB센터 부장
사실 글로벌 금융위기가 진행되면서 전통적인 포트폴리오 투자 전략에 대한 신뢰도는 상당한 타격을 입었다.

무엇보다 투자 위험 분산을 위해 추구했던 포트폴리오 구성 전략이 무차별적인 자산 가격 하락 앞에 속수무책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적지 않은 투자자들이 포트폴리오 분산 투자에 대한 믿음을 접었다.

또 전대미문의 글로벌 금융위기로 투자 손실을 경험한 고객중 가장 안전한 투자 자산은 금 또는 현금뿐이라는 다소 과격한 투자 전략을 언급하는 분들도 적지 않았다.

실제로 현장에서 고객들과 투자 전략에 관한 얘기를 나누다 보면 상황이 훨씬 심각하다는 점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러나 과거의 수익률이 미래의 투자 수익을 보장할 수 없듯이 과거의 투자 경험이 전적으로 미래의 투자 전략을 좌우해서도 안된다.

특히 올해처럼 각 자산 섹터 별로 수익률 움직임의 방향이 다양할 것으로 예상되는 시기에는 더더욱 포트폴리오 분산 투자의 원칙을 흔들림 없이 견지해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적어도 향후 1~2년간은 '미워도 다시 한번' 포트폴리오 투자의 중요성에 대해 주목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메릴린치(Merrill Lynch)에서 발간한 '2010년 10대 투자테마’'보고서에 의하면 올 한해는 각 자산 섹터간 상관관계가 매우 뚜렷해지는 시기가 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이는 기본적으로 전세계 경기의 완만한 회복세를 염두에 두고 경기 회복의 과정에서 다양한 자산군들이 순차적으로 혜택을 입을 것이라는 기본 전제를 바탕에 두고 있다.

하지만 리스크 관리의 측면에서 해석하면 경기 움직임에 따라 각 자산 섹터들의 수익률이 서로 다른 방향으로 움직일 확률이 매우 높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따라서 올 한해 투자 전략을 세울때는 어느 특정 자산군의 가격 움직임에 배팅하는 투기적 투자 전략은 예상외의 큰 투자 손실을 가져올 수도 있다는 점에 항상 유념해야 할 것이다.

지난해 9월 11일 마감된 종합주가지수는 1,651로 지난 주 마감된 주가지수와 거의 일치하는 수준이이다. 

지난해 9월 역시 향후 경기 회복 가능성에 대한 갑론을박이 벌어지던 시기였고 사람들은 여전히 시장의 많은 잠재적 리스크에 대해 얘기하고 있었다.

우연히도 그날 고객 두명이 투자의사를 결정한 일이 있었다. 한 명은 향후 경기전망의 낙관적인 측면에 주목해 주가지수의 추가 상승을 예상했고 나머지 한 명은 상대적으로 시장의 잠재적 리스크 요인들을 고려했다. 

각자 이러한 판단을 근거로 한 명은 주가 인덱스에 투자를 결정했고 나머지 한 명은 투자 조언에 따라 채권 및 주가 인덱스 그리고 대안투자로 구성된 포트폴리오를 선택했다.

6개월 정도 지난 현 시점에서 투자 결정의 과실을 논하기에는 다소 이른 감이 있지만, 결과적으로 오늘 현재까지는 포트폴리오 투자가 월등한 성과를 보여주고 있다.

그 기간 동안 시장에 많은 이슈와 변동성이 있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래저래 올 한해는 '미워도 다시 한번' 포트폴리오 투자전략의 가치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최형록 SC제일은행 도곡 PB센터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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