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 신울진 수주 '무엇을 남겼나' (상보)

  • 후속 신고리와 해외 원전수출 위해 업계 공조 시급

현대건설 컨소시엄이  UAE 원전건설수출의 여세를 몰아 1조2000억원(부가세 포함)에 신울진 원전 1·2호기 주설비공사를 따냈다. 현대건설의 투찰액은 1조909억원으로 설계금액에 비해 76.10%로 당초 예측치인 70%대 초반을 웃돌았다.

그러나 최종 입찰 과정에서 입찰전산망의 오류가 발생되고 이후 수습과정에서 발주기관인 한수원이 우왕좌왕하는 등 계약행정에 난맥상을 드러내고 응찰사도  '이전투구'식의 출혈 수주전을 전개, 원전수출국의 위상을 스스로 깍아내는 등의 개운치 않은 뒷맛을 남겼다.
 
한국수력원자력은 15일 신울진 원전 1·2호기 주설비공사 개찰 결과, 현대건설 컨소시엄이 경합사인 대우와 삼성, 대림 등 3개 컨소시엄을 제치고 1조2000억원에 최저가 낙찰 예정사로 선정됐다고 밝혔다.

낙찰가는  억원으로 주간사인 현대건설이 전체 시공액의  5400억원(45% 지분)의 시공권을 갖고 GS건설과 SK건설이 각각 3600억원(30%)와 3000억원(25%)의 지분을 갖는다.

이번 수주로 현대건설은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원전 주간사 선정에 이어 3년만에 발주한 국내 원전건설공사도 수주,  국내외 원전건설의 리더로 자리잡게 될 전망이다.

현대건설은 신울진 2기 수주로 국내에서만 신고리 1·2·3·4호기 등 모두 6기의 원전건설공사를 동시 시공중이며 SK건설은 현대건설과 함께 모두 6기의 원전공사에 공동도급업체로, GS건설은 대우건설이 주간사로 하는 신월성 1·2호기에 이어 모두 4기의 원전공사에 서브로 참여하게 된다.

반면 이번 수주 경쟁에서 결국 탈락한 대우·삼성·대림 등 3개 컨소시엄은 절차상의 하자를 지적, 이번 입찰결과에 승복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법률적으로는 문제가 없지만 현대건설이 전자입찰내역서와 현장입찰내역서를 다르게 제출하는 등 절차상 매끄럽지 못한 부분이 있다는 것이다.
 
한수원 관계자는 전문가의 법률 검토 끝에 절차 상의 계약법 위반사항이 전혀 없다는 입장이다.

한수원 관계자는 "지난 10일 오전 전자입찰시스템의 오류로 인해 당일 오후 현장입찰로 전환하면서 입찰 시점에 입찰서 수정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응찰사 모두에게 통지했다"면서 "특정사의 현장 입찰서 수정은 계약법령 상에 하자가 없다고 최종 결론한 까닭에 응찰사의 절차 상의 문제 제기는 수용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한수원의 부실한 입찰집행은 질책받아 마땅한 것으로 보여진다.
 
한수원은 국내외 원전시장에서 주목한 이번 입찰에서 전자입찰 프로그램에 오류를 발생시킨 데다 고장난 프로그램을 신속하게 복구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직찰제 전환 이후 수정내역서 제출과정에서도 집행기관으로 원칙과 기준을 스스로 준수하지 못한게 사실이기 때문이다. 

특히 입찰방식이 직찰제로 전환된 뒤에 집행기관이 개찰을 신속하게 처리하지 못한게 절대적인 흠이었다.입찰방식이 바뀐 뒤 수정입찰은 가능하다. 따라서 입찰 전 입찰서 수정이 가능하다고 통지한 뒤 최종 입찰마감 시간에 수정내역서에 대해 다시 한번 응찰사 모두의 이의여부를 확인하는 작업이 필요했다는 게 입찰장 주변의 얘기다. 초대형 국책사업의 입찰을 집행하면서 한수원이 원칙에 충실하지 않은 데다 발주기관이 응찰사간의 갈등 조율에 실패했다는 비난을 받는 이유다.
 
한 업계 관계자는 "발주처가 법률 검토를 거쳐 절차상 문제가 없다는 점을 강조, 개찰을 그대로 진행했다"며 "하지만 절차상 매끄럽지 못했으며 깔끔하게 재입찰을 진행하는 편이 옳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업계는 그러나 신울진 원전 수주를 둘러싼 후유증이 멀지 않은 시간에 해소될 것으로 내다봤다. 내년 신고리 5·6호기 발주가 대기 중인데다 해외 원전수출을 위해서는 한수원과 상위 건설사 간 긴밀한 협조가 선행돼야 하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9차례에 걸친 유찰사태로 신울진 원전의 가동이 1년 가까이 늦춰지면서 수천억원의 가까운 혈세가 낭비된 것으로 보여진다"면서 "안전하고 효율적인 원전을 제대로 건설하고 원전건설을 수출명품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최저가 낙찰방식부터 뜯어고쳐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번 신울진 원전건설 수주에 성공한 현대건설은 내년 발주예정인 한수원의 주간사대상에서 배제됨에 따라 차기 원전에서 주간사를 노리는 대우건설과 삼성건설, 대림산업 등 3개사의 물밑 수주전이 치열해 질 전망이다. 

아주경제 유희석 기자 xixilife@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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