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가 자발적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이행하는 과정에서 강대국과의 갈등이 예상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또한 우리나라가 감축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더라도 국제적인 제재가 없도록 명시적으로 합의하는 등의 대응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함께 나왔다.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KEI)은 최근 '온실가스 감축의무 협상동향 및 대응방향' 보고서에서 "우리나라의 자발적 감축목표가 국제법상의 구속력을 갖지 않더라도 감축목표를 이행하는 과정에서 다른 국가와 다양한 법적, 경제적 갈등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특히 미국, 유럽연합(EU), 일본 등 강대국과의 갈등이 예상되므로 신중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우리나라가 발표한 중기 감축목표는 '2020년까지 배출전망치(BAU) 대비 30% 감축' 수준이다.
보고서는 "우리나라 감축목표는 명시적인 국제법상의 구속력은 없지만 국제사회에 약속한 감축목표를 이행하기 위한 실질적 노력이 뒤따를 수밖에 없다"며 "이 과정에서 충분한 정책적 노력이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이에 대해 일부 국가가 정치적 비난뿐만 아니라 무역상의 제재 조치나 법적 대응을 취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특히 이 같은 현상은 다자간보다는 양자 간의 문제로 등장할 가능성이 높아 우리나라와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했거나 주요 무역 거래국인 미국, EU, 일본 등의 강대국과의 갈등이 예상된다.
실제로 이런 우려는 개별 '녹색 규제'가 강화되고 있는 점을 비춰봐도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코트라(KOTRA)가 15일 펴낸 보고서를 보면, EU는 2012년부터 EU회원국을 출발·도착하는 모든 항공기에 탄소배출을 규제하거나, 에너지 효율을 의무적으로 늘려야 하는 제품을 크게 확대했다.
또 미국과 마찬가지로 자동차 연비와 배기가스 규제를 크게 강화하고 있다.
중국 역시 유해물질 규제를 신화학물질의 유해성에 따라 세분화하고 있으며, 에너지효율 규제도 강화하고 있다.
우리나라 주요 무역대상국들이 자국의 산업보호나 환경보전을 위해 개별 '녹색규제'를 강화하고 있어 향후 국가 온실가스 감축 이행 여부에 대해서도 충분히 문제삼을 수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는 다자간 협의구조를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김용건 KEI 선임연구원은 "우리나라의 경우 온실가스 규제에 따른 부담은 중국의 감축 참여에 따라 많은 영향을 받는다"며 "따라서 중국이 참여하는 폭넓은 감축정책 이행체계를 주제로 하는 다자간 협의구조를 최대한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또 우리나라가 감축목표를 달성하지 못했을 경우에도 국제적인 제재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노력도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지난해 12월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개최된 제15차 당사국총회(COP15)에서는 비부속서 I 국가의 자발적 감축행동에 대한 국제적 검증 협상은 미국과 중국이 대립하는 등 가장 뜨거운 쟁점이었다.
이 때문에 코펜하겐 합의문상에는 ‘국제적인 자문과 분석(international consultation and analysis)을 받는다’라는 모호한 표현으로 제시해 향후 협상에서 어떠한 식으로든 구체화될 예정이다.
보고서는 "현재 우리나라의 중기 온실가스 감축목표가 미국의 감축목표(2020년에 2005년 대비 20% 감축)나 EU의 목표(1990년 대비 20% 감축)보다도 결코 낮은 수준이 아님을 강조하고 국가 간 상응성을 평가할 때 1인당 누적배출량과 같은 책임지표와 1인당 GDP와 같은 능력지표가 반영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리나라의 온실가스 배출 기간은 30~40년 수준으로 여타 선진국의 150년 이상에 비해 크게 짧아 과거의 배출책임이 적고, 소득수준과 경제 발전단계 등을 고려했을 경우 우리나라의 온실가스 감축비용이 높을 수 있다는 뜻이다.
또 보고서는 국가 간 재정분담비율 설정과 관련해서도 "각국의 경제적 능력뿐만 아니라 과거 누적배출량 등이 반영되도록 협상에 집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코펜하겐 합의문이 우리나라의 기본입장을 비교적 잘 반영한 문서"라는 점을 인식해 올해 열리는 "제16차 멕시코 당사국총회에서 포스트교토 기후체제를 설계하는 국제법적인 문서를 도출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주경제 김종원 기자 jjong@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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