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김모씨는 신용등급이 크레딧뱅크 기준 1등급, 올크레딧 기준 2등급으로 매우 우량한 신용등급을 가지고 있다. 최근 김모씨는 한 은행을 방문했다가 은행이 자체적으로 평가한 자신의 신용등급이 1등급에서 4등급으로 떨어진 사실을 알게 됐다. 대출을 받기 위해 세 차례 신용조회를 했던 것이 은행 자체 신용등급에 반영됐기 때문이다.
여러 곳에 대출을 문의하고 최적의 금리와 한도를 제시하는 금융회사를 선택하는 금리쇼핑을 금융권이 막아서고 있다.
16일 금융감독원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신한·하나·외환 등 국내 주요 은행들이 금융당국의 서민금융 활성화를 위한 신용평가 개선 방침에도 여전히 신용조회기록을 신용평가에 반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금융회사의 복지부동한 자세 탓에 고객이 자신의 신용평가사 신용등급만 믿고 여기저기 대출 상담을 받으면 은행권 대출에서 더 멀어지는 피해를 입고 있다.
◇ 일부 은행, 대출 상담만으로 신용점수 하향
국내 6대 은행 가운데 우리은행과 기업은행을 제외한 국민·신한·하나·외환은행은 신용평가사와 달리 여전히 신용조회기록을 자체 신용정보평가시스템(CSS)에 반영하고 있다.
대출이나 신용카드 발급 등의 업무를 위해 해당 은행은 외부 신용평가사 1~2곳의 고객 신용점수와, 해당 은행이 거래 실적 등을 포함해 자체적으로 산출한 신용점수를 참고한다.
대출을 예로 들면 신용정보 기록은 대출 상담과 대출 실행 때 각각 한 번 발생하게 된다. 신평사들은 두 번째 신용기록인 대출 실행만 신용점수에 반영하고 있다. 하지만 금융권의 자체 시스템은 처음 대출 상담 때의 신용조회기록을 반영하고 있다.
즉 대출심사에서 탈락한 경우라도 대출 상담 내역 때문에 은행 자체 신용점수는 하락하게 된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자체 고객 신용평가시 고객의 대출상담 내역도 일부 반영하고 있다"며 "대출상담의 당락을 결정짓는 요소라고 보기는 어렵고 여러 평가 항목 중 하나일 뿐"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최근 신용조회기록이 있는 고객이라면 KCB, 한국신용정보 등 일반 신용평가사에서 매긴 신용점수와 은행의 신용점수가 격차를 나타낼 수 밖에 없다. 당연히 은행 자체 점수가 더 불리하다.
2금융권도 마찬가지다. 일부 카드사들도 여전히 신용조회기록을 신용평가시스템에 여전히 반영하고 있는 상황이다.
신한카드 관계자는 "카드사들 대부분 신용조회 기록을 신용평가시스템에 반영하고 있다"며 "단순 신용 조회는 반영이 안 되도록 준비하고 있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 신평사 신용등급 믿다간 은행 대출만 힘들어져
결국 피해는 금융 소비자들이 입고 있다.
신용평가사가 올초부터 신용평가시스템을 바꾸게 된 것은 금융당국의 압박 때문이다. 서민층이 좀 더 낮은 금리를 알아보기 위해 이곳저곳에서 대출 상담을 받으면 신용등급이 하락해 대출이 더 어려워지는 문제를 바로잡겠다는 취지였다.
신평사들은 이에 따라 신속하게 시스템을 변경했지만 은행권은 아직도 '준비 중'인 상황이다.
문제는 신평사의 신용등급은 쉽게 알 수 있지만 은행 자체 신용등급은 알기 어렵다는 것이다. 신평사의 신용등급은 홈페이지를 통해 연 2회 무료로 열람할 수 있다. 하지만 은행 자체 신용등급은 본인이 직접 지점을 방문해야만 알 수 있다.
이 때문에 신평사의 신용등급만 믿고 이곳저곳에서 대출상담을 받으면 본인이 알고 있는 신평사 신용등급은 그대로일지라도 은행 자체 신용등급은 큰 폭으로 하락하게 된다.
제2금융권 대출은 상대적으로 영향 적다. 하지만 이들은 자체 고객 데이터가 많지 않아 외부 신평사에 대한 의존도가 은행보다 더 크기 때문이다.
결국 좀더 낮은 금리를 받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사이 은행 대출의 문턱은 더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현재 은행권도 은행연합회와 함께 신용평가시스템에 신용조회 기록을 반영하지 않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은행권은 금융당국의 방침에 따라 단순상담이라는 신용기록 항목을 신설하고 이를 신용평가에 반영하지 않는 쪽으로는 의견을 모은 상황이다. 하지만 구체적인 방안을 놓고는 논의가 지지부진하게 진행되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5월까지 시스템 변경을 마무리하라고 했지만 이때까지 은행권 논의가 마무리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주민등록번호 입력만으로 볼 수 있는 단순 상담 조회로 은행이 어디까지 개인 신용정보를 확인할 수 있을지 그 범위를 정하는 데 시간이 걸리고 있다"며 "현재의 속도라면 금감원이 제시한 시한을 넘길 가능성이 높으며 언제 논의가 마무리될 수 있을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아주경제 김유경 고득관 기자 dk@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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