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국내 첫 스팩을 상장한 대우ㆍ미래에셋증권에 이어 18개 중소형 증권사도 5월을 전후로 공모에 본격 돌입한다. 이는 이미 설립을 마친 대우ㆍ미래에셋증권 스팩을 포함한 12개보다 훨씬 많은 규모다.
증권가는 후발 스팩이 시장에 한꺼번에 풀리는 점을 가장 우려하고 있다. 상반기 내로 신영ㆍ동부ㆍSKㆍ키움ㆍ이트레이드ㆍHMC투자증권을 비롯한 18곳이 스팩을 내놓는다.
5월 스팩 공모는 2000억원 수준으로 비교적 적은 규모로 볼 수 있으나 이때 4조원 규모로 추산하는 삼성생명 IPO도 같이 예정돼 난항이 불가피해 보인다. 삼성생명이 시중 자금을 한바탕 쓸어 담은 뒤에 투자자를 모아야 한다는 것은 중소형 스팩에 막대한 부담을 줄 수밖에 없다.
스팩 난립은 결국 투자자 손실로도 이어질 수 있다. 대형 증권사 투자은행(IB) 업무 책임자는 "마치 스팩을 만들지 않으면 일하지 않는 것이란 분위기가 업계에 퍼지고 있다"며 "차별화한 마케팅 전략이 없다면 대량 실권 사태를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중소형사 스팩은 인수ㆍ합병(M&A) 대상으로 녹색기업ㆍ신성장회사를 천편일률적으로 꼽고 있다. 제조업체를 합병하겠다는 대신증권과 HMC투자증권을 빼면 모든 스팩이 대동소이한 탓에 투자자는 상품마다 다른 매력을 찾기 어렵다.
자본시장연구원 역시 심각한 우려를 표했다. M&A 경험도 일천한 중소형사가 '묻지마' 식으로 스팩 만들기에 나선 탓이다. 김갑래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주식 매매수수료에만 의존해 온 중소형사가 사업 분야를 넓히는 것은 긍정적"이라면서도 "상장 요건만 충족하면 너도나도 스팩을 세우려 드는 것은 비정상"이라고 전했다.
본래 스팩 목적인 기업 인수는 뒷전인 채 자금 모집만 눈독을 들이고 있다는 이야기다. 김 연구위원은 "미래에셋증권 스팩이 상장 이후 연사흘 상한가를 기록하면서 앞다퉈 스팩을 만들려는 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다"며 "이런 현상을 스팩 제도를 첫 도입한 데 따른 시행착오로만 보기에는 심각하게 우려스러운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아주경제 김용훈 기자 adonius@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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