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산업 개인투자자들이 채권단이 제시한 채무조정 방안에 반발하며 소송 준비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원금 일시 상환을 요구하는 개인투자자들과 고통분담을 원칙으로 하겠다는 채권단 간 충돌이 예상되는 등 금호산업 워크아웃이 큰 차질을 빚을 전망이다.
1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비협약채권자인 금호산업 개인 투자자들은 채권단이 제시한 3가지 채무조정안을 거부하고 원금을 일시 상환하지 않으면 소송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금호산업과 채권단은 지난 12일 개인 및 기관 투자자 90여 명과 만나 △원리금 1년 거치 3년간 분할상환(연이율 5%) △채권 100% 출자전환(이자 미지급) △50% 출자전환, 50% 분할상환 등의 채무조정안을 전달했다.
하지만 개인 투자자들은 원금 일시 상환외의 다른 방안은 절대 수용할 수 없다며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한 개인투자자는 "대부분 투자자들이 70~80대 노인들로 투자금액이 많아 분할 상환 방식을 수용할 수 없는 상태"라며 "오늘과 내일(17일)에 걸쳐 개인 투자자 모임을 갖고 소송 준비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실제로 12일 개인 및 기관 투자자 40여 명은 지난주에 이어 원금을 일시 상환하지 않으면 소송하겠다는 내용증명을 채권단과 금호산업 측에 추가로 전달했다.
반면 채권단은 개인 투자자들이 동의하지 않으면 법정관리 밖에는 수가 없다며 압박의 강도를 높였다.
채권단 고위 관계자는 "개인 투자자들이 동의하지 않으면 이달말에 금호산업이 상장폐지되고 결국 법정관리로 가게 될 것"이라며 "개인투자자 사례를 하나하나 들으면 심정은 이해가 가지만 서로 합의해 손실을 최소화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금호산업이 법정관리에 가게 되면 어떻게 보면 채권단 입장에서는 골치 아플 일이 없어지게 된다"며 "하지만 최악의 상황은 피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만약 금호산업이 법정관리에 들어가면 채권단과 개인 투자자 모두 손실을 감수해야 한다.
법원이 금호산업 채권을 보유한 모든 투자자들의 채권과 채무를 강제적으로 동결하고 손실 정도를 통보하게 된다. 금호산업도 인력 및 자산 변동 등 경영사항 전반에 대한 내용을 법원에 일일이 보고해야 한다.
청산할 경우에는 법원이 부동산 및 유가증권 등 금호산업의 모든 재산을 팔아 채권 선순위 및 후순위, 보유 비중 등을 반영해 투자자들에 일방적으로 나눠준다.
이에 개인투자자들은 채권단이 법정관리를 협박용 카드로 사용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한 개인투자자는 "채권단이 금호산업 상장폐지 및 법정관리에 절대 가지 않을 거라고 본다"며 "(채권단이) 금호산업의 파산 가치보다 계속 가치가 더 높다고 보기 때문에 법정관리는 우리를 협박하기 위한 수단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금융권에서는 금호산업이 법정관리 절차를 밟을 경우, 채권단과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최석원 삼성증권 채권팀 파트장은 "워크아웃 채권들은 고정이하여신으로 분류되기 때문에 법정관리든 워크아웃이든 채권단의 손해 정도는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며 "다만 법원이 아닌 기촉법(기업구조조정촉진법)에 의해 회생가치가 있는 기업을 채권금융기관과 해당기업, 개인투자자가 잘 협조해 선례를 남긴다는 것에 의미가 있다"고 전했다.
아주경제 이미호 기자 miholee@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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