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중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대사가 신임 한국은행 총재로 선임됨에 따라 향후 통화정책은 정부 및 시장과의 교감을 강화할 가능성이 커졌다.
김 내정자는 이명박 대통령의 두터운 신임을 받고 있으며 현 정권이 중반에 접어들었다는 점이 이 같은 관측을 뒷받침한다.
16일 이명박 대통령은 이달 말로 임기가 끝나는 이성태 총재의 후임으로 김 대사를 내정했다.
김 내정자는 국제금융에 정통한 학자출신으로 전문성이 높으며, 국제 무대에서 오래 활동했기 때문에 G20 정상회의를 이끄는 데 무리가 없다는 평가다.
이 대통령의 초대 경제수석비서관을 지냈고 OECD 대사로 활약하는 등 현 정부와 교감이 높다는 점도 선임 배경을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김 대사가 한은 총재로 낙점됨에 따라 앞으로 한은의 통화정책은 이성태 총재 시절보다는 시장에 한결 우호적일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그는 지난 12일 KBS 제1라디오 '라디오 정보센터입니다'에 출연해 출구전략 시기와 관련, "한국은 인플레이션에 대한 압력이 그렇게 강하지않다"며 "미국·일본 등 G7 국가들과의 협의를 강화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금융시장에서도 이 총재가 인플레 파이터로 '매파적'인 성향을 띈 데 비해 김 대사는 '비둘기파'적인 성향을 가진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한 채권시장 참여자는 "이 총재는 인플레에 다소 민감하게 반응한 데 비해 김 대사는 현 정부와 가깝고 금융시장을 두루 섬렵한 만큼 시장 친화적 인물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또 현 정권의 임기가 중후반에 접어섬에 따라 정권 유지를 위해 정부가 당분간 확장정 재정정책을 운용할 것이며, 한은도 이에 공조하지 않겠느냐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이 대통령의 임기가 중후반에 돌입했는데 차기 정권을 생각한다면 성장위주의 경제정책을 펼치지 않겠느냐"며 "때문에 청와대와 친밀한 김 대사를 한은 총재로 임명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이 대통령의 신임이 큰 만큼 한은의 통화정책 독립성을 지킬 수 있을 지에 대해서는 논란의 소지가 있다. 물가와 통화금융을 최우선 목적으로 하는 한은의 수장으로서 김 대사가 지나치게 정부와 시장과의 교감이 크다는 것이다.
권영준 경희대학교 교수는 "현 정부가 정권 유지 및 경제회복을 위해 성장위주의 경제정책을 쓸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며 "확장적 경제정책을 적절히 조율해 주는 것이 한국은행의 역할인데 김 내정자가 이 역할을 잘 해낼 수 있을 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한편 청와대는 후임 한은 총재 임명안을 오는 23일 국무회의에 상정해 처리할 예정이다.
(약력) △함경남도 함흥(1947년생) △경기고 △서울대 경제학과 △미국 펜실베니아대 경제학박사 △미국 오하이오주립대 교수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 연구조정실장 △대통령비서실 경제비서관 △경제부총리 특별보좌관 △한국조세연구원 원장 △경희대 아태국제대학원 원장 △KDI 원장 △한림대 총장 △청와대 경제수석 △주OECD대표부 대사
아주경제 김유경 기자 ykkim@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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