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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약! 2010] 27일로 63주년 맞는 LG그룹... 화장크림 공장에서 125조 그룹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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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0-03-17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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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시대 비누공장이 영도에 있는데 원료가 좀 있다 캅니다. 300만원만 있으면 화장크림 원료를 확보할 수 있심더.”

진주에서 포목상으로 기반을 잡았던 구인회 고 LG그룹 창업주는 1945년 해방 후 부산에 진출, ‘조선흥업사’라는 상호로 무역업을 시작했다.

그 무렵 김준환이라는 화장품 기술자로부터 화장크림 사업 제의를 받게 됐다. 그와 손잡고 화장크림 사업을 시작한 것이 1947년. 초창기 사업은 피마자기름 40드럼, 스테아르산, 글리세린, 향료 등을 큰 가마솥에 넣고 끓이는 수준이었다. 하지만 ‘LUCKY’ 브랜드를 단 이 크림은 날개 돗친 듯 팔려나갔다.

오는 27일로 LG그룹의 모태인 ‘락희화학공업사’가 창립한 지 63주년을 맞는다.

허름한 창고에서 일제 크림 모방제품으로 사업을 시작한 LG그룹은 오늘날 연매출 125조원, 시가총액 73조원 규모의 초일류기업으로 성장했다. LG화학의 역사는 한국 화학산업의 역사였다.

락희화학을 설립한 구인회 LG그룹 창업주는 아우 구태회 전무(현 LS전선 명예회장)와 의기투합해 플라스틱 사업을 시작했다. 6·25전쟁 중이던 1951년 10월 미국에서 큰 돈을 들여 사출성형기까지 수입했다.

이 기계에서 처음 나온 제품이 바로 국내 최초의 플라스틱 빗인 ‘오리엔탈 빗’이다. 이재형 당시 상공부 장관이 국무회의 석상에서 ‘이 것이 바로 국산 빗입니다’고 소개하자 이승만 대통령이 대견해했다는 일화도 있다.

1970년대에는 플라스틱 원료가 되는 석유화학산업으로 사세를 넓혔다. 파이프에 쓰이던 폴리염화비닐(PVC)을 창호재로 개발해 ‘하이샤시’라는 획기적 신제품을 출시했다. 지금도 ‘샤시’는 창호재의 고유명사처럼 쓰인다.

1990년대에는 2차전지, 액정표시장치(LCD)용 편광판 등 정보전자소재사업에 뛰어들었다. 국내 최초 리튬이온전지, 초박막트랜지스터액정표시장치(TFT-LCD)용 편광판을 개발했다.

LCD용 편광판의 경우 최근 세계 최강자로 군림하던 일본 니토덴코(日東電工)를 제치고 세계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했다.

LG화학은 2008년 ‘순이익 1조 원’을 돌파한 이후 올해 2분기(4∼6월) 6603억 원이라는 분기 사상 최대 영업이익을 내고 지난해 상반기(1∼6월)만 영업이익이 1조 원대를 넘어섰다.

LG화학은 미국 제너럴모터스(GM)의 전기자동차용 리튬폴리머 배터리 단독 공급업체로 선정됐다. 전지 분야에 먼저 진출한 일본을 뒤쫓던 한국이 오히려 일본을 넘어서 세계시장을 이끄는 선두 자리에 선 것이다.

LG화학은 현대차가 내놓은 하이브리드자동차 ‘아반떼’와 기아차의 하이브리드카 ‘포르테’에도 리튬이온폴리머 배터리를 단독 공급했다.

LG는 첨단 정보전자소재 분야에서도 앞서나가고 있다. LCD 핵심 부품소재인 LCD용 유리기판 사업에 진출해 경기 파주시에 모두 1조2000억 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LG화학은 또 오창 제2산업단지 내 30만평 부지에 약 2조원을 투자해 정보전자소재 등 신사업분야 공장 증설을 추진하는 등 화학, 정보전자 분야의 글로벌 리더십을 확충해나간다는 전략이다.

모태가 화학산업이었지만, LG그룹은 한국 전자산업을 잉태시키고 꽃 피운 기업군이기도 했다. 1958년 창업된 LG전자는 한국 최초의 제품을 잇따라 출시하며 ‘전자 코리아’를 이끌어왔다.

1959년 국내 최초로 라디오(A-501)를 출시한데 이어 국내 첫 선풍기(1960년), 흑백TV(1966년)를 내놓았다.

LG그룹은 70년대 이후 통신, 컴퓨터, 반도체분야로 영역을 확대했다. 국내 최초의 전자식 키폰(1975년), 광통신케이블(1979년), 8비트 마이크로 컴퓨터(1982년), 실리콘 웨이퍼(1987년)를 출시하며 시장을 리드했다.

1990년대 들어서는 세계 최초 22인치 초박막액정표시장치(TFT-LCD), 세계 최초 8배속 CD롬 드라이브를 잇따라 내놓으면서 세계 전자산업 진화를 이끌었다.

2005년 허씨 가문이 정유, 유통, 건설 부문을 떼어 GS그룹으로 분리돼나가면서 LG그룹의 위상이 다소 위축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오늘날 LG는 화학-정보전자-2차전지 영역에서 독보적 위치와 함께 세계 LCD시장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TV, 휴대폰 분야는 ‘빅3’에 위치하는 등 글로벌시장에서 첨단그룹의 위상을 공고히 하며 약진을 거듭하고 있다.

‘그린 이코노미’시대를 맞아 새로운 60년의 장을 열어나가고 있는 LG그룹. ‘LG Way’로 테크노시대를 열어가고 있는 LG그룹의 향배에 글로벌 기업들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아주경제 김면수 기자 tearand76@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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