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이 빠지면서 STX조선은 대한조선의 유력한 인수후보로 떠오르고 있다. 또한 대우조선의 매각의사 철회 배경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대우조선, 인수의사는 있어나
대우조선은 대한조선 인수를 통해 '조선벨트' 구축을 목표로 했다. 조선벨트는 중국 옌타이 블록공장과 서남해안에 위치한 대한조선, 그리고 거제조선소를 잇는 생산거점을 뜻한다.
대우조선의 야심찬 계획에도 업계에서는 대우조선의 인수 의지에 대해서 의문부호를 지우지 못했다. 현재 조선시황과 대우조선이 처한 상황을 고려하면 대한조선 인수에 나설 수 없다는 것이 그 이유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최악의 시황 속에서 생산인력과 시설이 남아돌고 있는 상태에서 대우조선이 대한조선을 인수할 이유는 없다"며 "대우조선이 인수 의사를 밝힌 것은 산업은행의 입김이 작용했을 것"이라고 귀뜸했다.
현재 대우조선의 주채권은행은 산업은행이다. 산업은행은 대한조선의 주채권은행이기도 하다. 따라서 산업은행이 대한조선 인수전의 흥행카드로 세계적인 조선업체인 대우조선의 입찰 참여를 종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송재학 우리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대우조선은 현재 매각대상"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대우조선이 다른 조선소 인수에 나서는 것은 어려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대우조선 역시 대한조선 인수에 있어서 신중한 입장을 취해왔다. 대우조선 관계자는 "지난해 신규발주 규모가 전년도와 비교해 10% 수준에 불과한 상황에서 부체규모가 8900억원에 달하는 조선사를 인수하는 것은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절실한' STX조선
이에 반해 STX조선은 적극적으로 움직였다. 이달초 현상 실사를 마친 STX조선은 마침내 지난 16일 대한조선 본입찰에 제안서를 제출했다. 아랍에미리트(UAE) 해운사 1곳도 제안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STX그룹 관계자는 "현재 진해조선소는 생산 공간이 비좁아 납기일에 맞춰 선박을 건조하기 어렵다"며 "추가 부지 확보도 쉽지 않아 대한조선 인수에 나섰다"고 설명했다.
진해조선소의 부지는 100㎡(30만평)로 도크 1기만이 운영되고 있다. 현대중공업(140만평) 삼성중공업(100만평) 등 경쟁 업체들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대한조선은 약 222만㎡(67만5000평)의 부지를 소유하고 있어 도크의 추가 건설이 쉽다.
또한 인수자금에 대해서는 "대한조선은 8900억원 규모의 부채를 안고 있어, 인수자금은 거의 들지 않는다. 관건은 채무상환 방식"이라고 밝혔다. 현재 STX조선은 채무상환을 2012년까지 유예한 뒤, 출자전환하는 방식을 산업은행과 협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성기종 대우증권 애널리스트는 "현재 시황을 고려하면 당장 STX가 대한조선을 인수할 필요는 없다"면서도 "대한조선이 보유하고 있는 부지 때문에 조선소 확장이 필요한 STX조선이 이번 인수전에 참여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아주경제 김병용 기자 ironman17@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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