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1호 토종 생명보험사인 대한생명이 증시 입성에 성공했다.
시장의 냉담한 반응에 공모가를 낮추고 해외투자자 배정 비율을 축소하는 등 우여곡절을 겪기도 했지만 거래 첫날 시가총액 30위권에 진입하면서 성공적인 데뷔전을 치렀다.
대한생명은 상장을 계기로 세계적인 생보사로 도약하겠다는 야심찬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
이미 상장한 동양생명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데다 업계 1위인 삼성생명이 상장을 앞두고 있어 생명보험주의 가치 제고를 위해서는 대한생명의 분발이 필요한 시점이다.
◆ 무서운 새내기…첫날 시총 30위권 진입
17일 유가증권시장 첫 거래에 나선 대한생명 주가는 시초가(8700원)보다 150원(1.72%) 높은 8850원을 기록했다. 공모가(8200원)에 비해서는 7.9% 상승한 금액이다.
이날 거래량은 6534만주, 거래대금은 5797억원에 달했다. 시가총액은 7조6864억원으로 단숨에 29위로 진입했다.
공모가 예상금액을 최저 9000원 수준으로 책정했다가 국내외 투자자들의 반응이 시들하자 최종 공모가를 8200원으로 크게 낮추면서 시장의 우려를 자아냈지만 첫날 기대 이상의 활약을 펼치면서 한숨 돌린 형국이다.
대한생명은 상장사로 거듭난 만큼 기업가치 극대화에 탄력을 받게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날 오전 상장기념식에 참석한 신은철 대한생명 부회장은 "상장을 재도약의 계기로 삼겠다"며 "주주에게 최고의 가치를 제공하고 고객에게는 최고의 만족도를 주는 글로벌 생보사로 성장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대한생명은 상장을 통해 조달한 자금 중 5000억원 가량을 회사 경쟁력 강화에 사용하고 3000억원은 해외시장 진출 및 수익원 다각화에 활용할 계획이다.
나머지는 내부 적립금으로 쌓아 지급여력비율을 끌어올릴 방침이다.
생보업계 관계자는 "이번 상장으로 대한생명의 경영 투명성이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주주들의 이익을 높이기 위해 단기 성과 위주로 흘러가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 주가 순항할까?
첫날 기대 이상의 활약을 펼친 대한생명이 앞으로도 순항할 수 있을까. 일단 시장의 반응은 호의적이다.
삼성증권 등 대부분의 증권사는 대한생명의 적정 주가를 1만~1만1000원 선으로 제시하고 있다. 기업가치가 높고 공모가가 상대적으로 낮아 투자 매력이 상당하다는 것이다.
이승재 대신증권 연구원은 "대한생명의 경우 생보사 기업가치를 평가할 때 사용하는 내재가치(EV)가 1배, 주가순자산비율(PBR)이 1.2배 수준으로 투자 수요가 충분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코스피200 편입 가능성이 제기되는 것도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자기자본수익률(ROE) 등 수익성 지표가 이미 상장돼 있는 손해보험사에 미치지 못하는 것은 부담스러운 부분이다.
대한생명의 ROE는 12% 수준으로 삼성화재 등 손보사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과거에 판매했던 고금리 보험계약에서 아직도 역마진이 발생하고 있는 점도 주가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생보사 1호로 상장한 동양생명은 이날 대한생명 상장 호재에도 불구하고 주가가 1.82% 하락했다. 오히려 대형 생보사가 상장하면서 동양생명과 같은 중형 생보사에 대한 관심이 줄어들었다는 분석도 있다.
상장을 앞둔 삼성생명도 대한생명의 주가 추이에 신경이 곤두설 수 밖에 없다.
대한생명이 증시에서 얼마나 선전하느냐에 따라 생보주 전체의 가치가 좌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날 대한생명이 편입되면서 유가증권시장 전체 시가총액 중 보험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3%를 넘어섰다. 삼성생명 상장까지 완료되면 금융업종 내에서 보험업의 지위는 한층 높아질 전망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보험주의 가치가 크게 부각되지 못했던 게 사실"이라며 "대한생명의 활약 여부에 따라 생보주는 물론 이미 상장돼 있는 손보사의 주가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아주경제 이재호 기자 gggtttppp@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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