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심각해 지는 청년층 취업한파
지난해 불어닥친 금융위기로 청년층(15~29세)이 취업전선에서 직격탄을 맞았지만 '학력 인플레'와 '3D 업종' 기피 등의 양극화는 되레 심화하고 있다.
상급학교 진학을 '취업 도피처'로 삼는 사회 초년병들의 인식이 줄어들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18일 정부 부처와 통계청, 교육개발원에 따르면 지난 2월 청년층 취업이 10년 사이 최악의 상황으로 치달았음에도 불구, 중소기업 일선 CEO(최고경영자)들 사이에서는 구인난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갈수록 커져만 가고 있다.
정부는 외국인 노동자들을 통해서라도 인력수급에 숨통을 틔운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도전적인 정신으로 무장한 창의적 인재들이 기능직ㆍ기계조작직 등 3D 직군에서 성공해 보겠다는 인식이 뿌리내리지 않고서는 청년층 실업 해소는 요원한 실정이라는 지적이다.
◇ '학력 인플레' VS '3D 기피'..양극화 심화
사회에 첫발을 내디뎌야 하는 고학력 사회 초년병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졸업을 앞둔 대학 3~4학년들은 말할 것도 없고,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진학을 선택했던 석사ㆍ박사 취득자는 전공에 맞는 마땅한 직장을 따내기가 하늘에 별 따기다.
지난해 국내에서 배출된 박사학위 취득자 수가 처음으로 1만명을 넘어섰다. 지난 1985년 1400명선이던 연간 박사 학위 취득자가 24년 새 6.4배나 증가한 것.
계열별로는 자연계가 4397명으로 전체의 42.6%를 차지했으며, 다음으로 인문사회계 2205명, 의학계 1800명이었다. 약학ㆍ보건학ㆍ교육학ㆍ간호학ㆍ가정학 등 기타 계열이 1920명이었다.
대학교육이 보편화되고 각 대학이 대학원 연구역량 강화에 나서면서 대학원 규모 자체가 커진 때문이다.
문제는 경기불황으로 이들 고학력층이 학위를 취득해도 자리잡을 곳이 여의치 않다는 점이다.
서울 소재 한 대학교에서 박사과정을 마친 뒤 시간강사를 하고 있는 A씨(여ㆍ34)는 "선배 눈치 살피랴, 치고 올라오는 후배들 의식하랴, 하루에도 몇번씩 공부를 계속해야 할지 고민하곤 한다"고 말했다.
취업도피처로 대학원 진학을 선택한 게 '학력 인플레'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와 결과적으로 청년층 실업률을 높이고 있는 셈이다. 경기가 회복된다 하더라도 예전처럼 고용사정이 즉각적으로 호전되기 어려워 시간만 허비한 꼴이다.
이런 사이 동남아 등지에서 찾아온 외국인 노동자들에게 제조업종 일자리를 내주고 있다. 노동부 관계자는 "중소기업들에서는 구인난이 심각한 상황"이라며 "현장의 애로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외국인 노동자 수급을 확충하는 등의 방법을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 경제ㆍ사회구조 따라 구직도 변모해야
이같은 현상은 3D 직군으로의 취업 기피가 가져온 예상된 결과다. 정부도 뚜렷한 해결책을 내놓지 못한 채 당분간 청년층 실업이 지속될 것이라는 답변만을 되풀이하고 있을 뿐이다.
고용전문가들은 스스로 '도전정신'을 함양해 취업전선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특히 국내 경제ㆍ사회구조가 크게 변모함에 따라 향후 예상되는 양질의 일자리에 맞는 자격증에 눈길을 돌리라고 주문했다.
이날 한국고용정보원이 발간한 2008-2018년 직업별 정성적 전망 및 고용변동 요인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사회복지 및 상담 전문가, 디자이너, 미용 및 결혼 서비스 종사자, 금융ㆍ보험 관련 전문가, 법률 전문가, 경찰ㆍ소방ㆍ교도 관련 종사자, 소프트웨어 개발 전문가, 환경공학 기술자, 정보통신 관련 관리자 등도 취업자 증가 예상 직업으로 분류됐다.
한 고용전문가는 "청년층 실업문제를 해소하지 않고서는 국가의 미래가 없다"며 "정부와 기업, 학계 등이 총동원돼 미래를 구한다는 마음으로 실업대책을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주경제 김선환 기자 shkim@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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