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선 "정부 재정수입위한 수단" 비판
전문가 "치밀한 준비 후 도입 결정해야"
'로또 폐인' 등을 막기 위해 정부가 고려 중인 연금식 복권제도 도입 구상이 지지부진하다.
구상이 나온 지 3개월여가 다 돼가고 있지만 정작 복권 구매자들은 시큰둥한 반응이다. 일부에서는 정부가 재정수입을 늘릴 목적으로 제도를 도입하려 한다며 장기적으로 재원부족 등의 역풍을 맞을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21일 기획재정부 복권위원회에 따르면 연초 연금지급식 복권제도 도입 구상이 나온 뒤로 이렇다 할 방안을 내놓지 못한 채 여론의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
복권위 관계자는 "구체적인 안이 나오려면 최소한 올해 말까지는 기다려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제도 도입을 강하게 밀어붙이는 분위기는 감지되지 않고 있다.
최악의 경우 '용두사미'가 될 가능성도 전혀 배제할 수 없는 형국이다. 좀 더 지켜봐야 하겠지만 이야기만 꺼내놓고 뒷마무리를 하지 못하는 정책사례로 남을 공산도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일단 밑그림을 내놓는 게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구상 차원에서만 안을 내놓아 이런 저런 뒷말이 나오고 있는 만큼 외국의 사례를 치밀하게 검토해 가급적 이른 시일 안에 제도 도입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는 것. 이 과정에서 긍정적 효과를 극대화하고 부정적인 면을 최소화시키는 방향으로 논의를 전개시켜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래야 현재까지의 부정적인 여론도 적극적인 설득과 보완으로 바뀔 수 있다는 것.
국내에서는 복권 당첨금을 연금식으로 지급하는 사례가 없지만 고액당첨 복권의 원조격인 미국에서는 연금식인 '분할식' 당첨금 지급이 일반화돼 있다.
'슈퍼로또플러스'(캘리포니아)는 당첨일로부터 '60일 이내 일시불' 또는 '26년간 분할청구'로 병행 운영되고 있다.
'일시불'을 선택한 당첨자는 26년간 지급되는 당첨금 투자를 위해 미국 재무부가 발행한 채권인 '제로 쿠폰 본드'의 할인율이 적용된 현재가치 금액을 수령한다. 수령액은 대략 1등 당첨금의 45~55%에 해당한다.
'분할 수령'은 잭팟의 2.5%를 최초로 수령한 후 최종 회차에는 25년간 인플레이션을 고려해 잭팟의 5.1%까지로 수령액을 받을 수 있다.
국내 복권 마니아들에게 낯익은 '파워볼'과 '메가밀리언' 역시 당첨일로부터 '60일 이내 일시불' 또는 '26년간(파워볼은 30년) 분할청구'가 가능하다.
'일시불' 수령자는 26년간 지급되는 당첨금의 현재가치(1등 당첨금의 50%)를 받고, '분할 수령'은 26년 동안 매해 같은 금액을 받도록 설계돼 있다. 즉석복권도 20년간 매주 분할 지급되거나 매주 1000 달러씩 연금식으로 지급된다.
캐나다에서도 평생방식의 복권에서는 연금식이 대세다.
'밀리오네이어 라이프(Millionaire Life)' 복권은 일시불로 1700만달러 또는 연금식으로 25년 동안 매년 100만달러, '페이데이(Payday)' 복권은 1등 당첨시 평생동안 매주 1000달러, '즉석식 복권'은 1등에게 평생 동안 매주 1000달러를 각각 연금으로 지급하고 있다.
이밖에 독일, 이탈리아, 영국 등 유럽에서도 '라이프타임' 복권에서는 연금식이 채택돼 운영되고 있다.
진수희 한나라당 의원실 관계자는 "복권기금 등이 취약계층 복지지원에 유용하게 쓰이고 있지만 지자체 등에서의 재원소요는 갈수록 커지고 있어 치밀한 준비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아주경제 김선환 기자 shkim@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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