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이번주 세종시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할 방침인 가운데 세종시 수정 추진 논란이 지방선거에 묻히게 돼 한나라당의 세종시 해법 마련에 빨간 불이 켜졌다.
이달 말이라는 짧은 논의 시한으로 인해 세종시 문제 처리가 유보될 전망이어서다. 앞서 친이(친이명박)계 등 여권 주류는 세종시 수정안의 국회 처리를 6월 지방선거 이후로 미루는 방안을 여러 차례 제기해 왔다.
세종시 문제가 쉽게 결론나기 어려운 사항인 데다 다음달 본격적인 경선일정이 시작되면 6ㆍ2 지방선거체제로 당력을 기울이는 과정에서 세종시 문제가 자연스레 동력을 잃을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한나라당 정의화 최고위원은 21일 “지방선거라는 정치이벤트가 있어 선거 이후로 넘어갈 가능성이 많다”고 밝혔다.
정 최고위원은 이날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세종시 문제 때문에 6인 중진협의체가 만들어졌지만 중진협의체가 시점을 정해놓고 세종시 문제를 논의하기는 힘들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지방선거 열기가 고조되면서 한나라당의 세종시 논의가 선거 이후로 넘어갈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그는 개헌논의 착수시기에 대해서도 “아무래도 지방선거가 끝난 뒤 바로 개헌논의가 시작돼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또한 "서울의 과밀화, 수도권의 확장 문제 등에 대해 정말 심도 있는 검토가 필요한 시점에 와 있다"며 "대통령 산하에 서울 과밀화와 수도권 확장 문제를 국가균형발전과 맞춰 논의하는 위원회를 만들 필요가 있다"고도 제안했다.
한나라당으로서는 6인 중진협의체가 절충안 도출에 성공하고 4월 국회에서 세종시 악재를 털어버린 뒤 지방선거를 치르는 게 최선이긴 하다. 그러나 만일 해법 마련에 실패하고 당론 채택 격돌 등 내홍이 벌어지면 나타날 난감한 사태는 큰 부담으로 다가오고 있다.
따라서 논의를 유보할 경우 얻을 정치적 이득도 적지 않다는 분석이다. 세종시 논란을 지속시켜 6월 지방선거의 주요 쟁점으로 부각시킬 경우 수정에 우호적인 수도권 등에서는 득표에 유리하다는 것. 이와 함께 4대강사업 등 여론이 좋지 않은 다른 의제가 부각되는 것도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어쨌든 한나라당 6인 중진협의체는 22일 정례회의를 갖는다. 시한이 더욱 촉박해짐에 따라 결론 모색을 위한 막판 스퍼트를 내는 것이다.
이미 4차례 회의를 통해 중진협의체 위원 서로간의 속내는 충분히 확인됐다. 여기에 한ㆍ이탈리아 포럼에 참석하기 위해 출국했던 권영세 의원이 회의에 합류, 완벽한 6인 체제가 갖춰진다.
특히 각각 수정안과 원안 고수로 나뉘어 대립했던 중진협의체의 친이계와 친박(친박근혜)계가 절충안 마련 쪽으로 기울어져 세종시 해법 마련 시기를 앞당기게 했다.
앞서 지난 18일 한나라당은 중진협의체 4차 정례회의를 마친 뒤 절충안에 대한 본격적인 모색을 시작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기존보다 협의과정이 진전됐음을 시사했다.
다만 일부 친박계 의원들의 반발이 여전해 극적 타협점을 찾을지는 미지수다. 친이계는 협의에서 도출한 접점을 당론 변경의 전제조건으로 삼겠다는 입장인 반면, 당론 변경 강행시 친박계의 강도 높은 반발이 예고돼 국회 처리과정에서의 난항은 불을 보듯 뻔한 셈이다.
아주경제 차현정 기자 force4335@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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