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적자에 허덕이고 있는 그리스에 대한 해결방안을 놓고 사태의 열쇠를 쥔 독일정부 내부에서조차 이견이 불거지고 있다. 유럽연합(EU) 회원국들 간의 불협화음도 만만치 않아 오는 25~26일 열리는 EU 정상회담에서 지원안 합의 여부가 불투명해지고 있다.
21일(현지시간) 블룸버그 통신은 국영라디오방송인 도이칠란드푼크(Deutschlandfunk)를 인용,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EU차원의 그리스 지원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다만 메르켈 총리는 EU가 그리스를 도울지 혹은 국제통화기금(IMF)과 공조해 도울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같은 메르켈 총리의 발언은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의 지원에 대한 강한 의구심을 피력한 볼프강 쇼이블레 독일재무장관과는 상반된 입장을 표명한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쇼이블레 독일 재무장관은 그리스 사태와 같은 유로권 위기 재발 방지를 위해 IMF와 유사한 '유럽통화기금(EMFㆍEuropean Monetary Fund)'을 만들자고 제안한 바 있다.
독일 시사주간지 슈피겔에 따르면 쇼이블레 장관은 재무부 직원들에게 자신의 허가 없이 총리실 관계자들과 이 문제로 논의하지 말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독일 정부 공보실은 즉각 "총리와 재무장관 사이에 상당한 의견 교환이 있다"고 반박했다.
한편 프랑스는 IMF의 개입을 반대하는 상황이다. 유로존(유로사용 16개국) 스스로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유로화의 가치가 타격을 받고 EU의 신뢰에도 금이 간다는 주장이다.
주제 마누엘 바로수 EU 집행위원장 역시 "그리스 문제를 EU 차원에서 해결해야 한다"며 "다음 주 정상회담까지 그리스 지원 합의안을 내놓아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반면 네덜란드와 핀란드, 이탈리아 등도 정도 차이는 있지만 IMF의 그리스 지원을 받아들일 수 있다는 입장이다. 자국 세금으로 다른 국가를 지원해야 하는 상황이 부담스러운 것이다.
이처럼 그리스 지원방안에 대한 EU 차원의 합의가 불투명해지자 그리스는 EU가 지원 안을 내놓지 않을 경우 IMF의 도움을 받겠다며 으름장을 놓았다.
그리스 게오르그 파판드레우 총리는 "다음주 EU 정상회의까지 그리스에 대한 EU의 분명한 구제안이 나오지 않을 경우 IMF에 도움을 요청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리스는 오는 4월 20일과 5월 19일 만기인 국채를 상환하기 위해 100억 유로(135억 달러)가 필요한 상황이다.
아주경제 신기림 기자 kirimi99@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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