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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시리즈 33] 후계자 '이재용'은 누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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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0-03-22 1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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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이재용 부사장(사진 가운데)이 지난 1월 7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2010CES'에서 북미 마케팅 총괄 데이빗 스틸 전무(왼쪽)과 함께 해외 바이어를 접견하고 있다.

이건희 전 삼성 회장의 장남이자 현 삼성전자의 부사장이자 '최고운영책임자'(COO), 향후 삼성의 경영권을 물려받을 것이 확실해 보이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사장에 대한 정보는 대중에 그리 많이 알려져 있지 않다. 부친인 이 전 회장이 '은둔자적 황제'라면 이 부사장은 '은둔자적 황태자'라고 불려도 무방할 정도다.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가전전시회 'CES'에서 최지성 삼성전자 사장은 "이 부사장이 'COO'라는 공식 직함을 가진 만큼 신비주의 전략은 쓰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지만 CES 이후 그의 행적은 알 수 없다. 삼성의 대표 기업인 삼성전자의 2인자 역할을 맡고 있지만 여전히 은둔자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

이 부사장에 대한 삼성 임직원들과 재계의 설명도 충분치 않다. 굳이 이들의 설명을 종합하면 '매사에 겸손하고, 경청하는 자세를 갖춘 젊은 인재' 정도다. 실제로 공식적인 자리에서 그의 언행은 이러한 설명에 충실하다. 호남형 얼굴에 180cm 상당의 키, 웃음을 잃지 않고 차분한 말투 등 이 부사장은 자신에 대한 설명에 충실한 자세를 유지하고 있다.

부사장 승진 및 COO 보직 이후에도 이 부사장은 이러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CES 전시회 당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 부사장은 "최 사장님이 시키는대로 하겠다", "(COO 직무를) 맡은지 얼마 되지 않아 잘 모르겠다"며 자신의 역할을 축소했다.

하지만 실질적인 그의 역할은 삼성전자 부사장 그 이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2008년 '최고고객책임자'(CCO) 직을 퇴진하고 백의종군한 1년여 동안 그는 해외 주요 인사를 만나며 스킨십 경영에 나섰다. 지난해 2월부터는 매달 한차례 이상 해외를 돌며 글로벌 경영을 챙겨왔다.

이 기간 동안 이 부사장은 △하워드 스트링거 소니 회장 △팀 쿡 애플 COO △랠프 델라 베가 AT&T 모바일 부문 CEO △피터 위버로스 미국 올림픽위원회 위원장 등 거물급 정재계 인사들과 만났다. 이밖에도 일본·대만·독립국가연합(CIS) 등 주요 거래국가를 방문했다.

지난해 7월에는 아이다호에서 열리는 '선밸리 컨퍼런스'에 참석했다. 주최측의 초정을 받아야 참석할 수 있는 이 모임은 기업경영 현황과 세계금융, 시장동향 및 전망에 대한 의견을 자유롭게 개진하는 자리다. 전자 업계에서는 HP·마이크로소프트·델 등 주요 글로벌 전자 기업의 수장들이 참석한다. 실질적으로 삼성전자를 대표하는 수장의 역할을 맡고 있는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부사장이 삼성그룹을 이끌어가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이 전 회장의 복귀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데다 아직 경영 능력을 입증받지 않았다는 지적이 걸림돌이다.

삼성과 더불어 한국 재계를 이끌고 있는 현대기아자동차그룹의 정의선 부회장은 지난해 부회장 직을 맡았다. 아울러 현대자동차의 등기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최근 중요한 자리에 정몽구 회장 대신 모습을 보이면서 자연스럽게 경영 승계가 이뤄지고 있다. 정 부회장은 1970년생으로 이 부사장(1968년)보다 2년 어리다. 그럼에도 정 부사장으로의 경영 이양이 순조롭게 진행되는 것은 정 부회장 주도 아래 기아자동차의 '디자인 경영'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반면 이 부사장의 경영 능력에 대한 의문은 여전하다. 2000년을 전후해 'e삼성'으로 잘 알려진 닷컴 사업에 뛰어들었지만 이렇다할 성과는 없었다.

e삼성·e삼성인터내셔널·시큐아이닷컴·가치네트 등 이 부사장 주도하에 탄생한 기업들은 특별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2001년 삼성 계열사로 넘어갔다. 이후 수년간 이들 기업들은 적자를 지속했다.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들에게는 "재용씨가 주도한 인터넷사업의 부실을 계열사와 그 소액주주들에게 떠넘겼다"는 비판을 받았다.

하지만 e삼성 만으로 이 부사장의 경영 능력을 판단하는 것은 성급하다. 이 부사장은 삼성이 LCD와 디스플레이 분야에서 세계 1위에 오르는데 큰 역할을 했던 S-LCD의 등기이사로 활동했다. S-LCD는 삼성전자와 소니의 합작사로 삼성이 LCD 부문에서 세계 정상급 기술과 생산능력을 갖출 수 있는 기반을 만들었다.

아울러 이 전 회장이 직접 챙긴 것으로 알려진 LED 사업은 지난해 삼성전자의 LED TV 돌풍을 이끌었다. 삼성LED는 세계 최초로 LCD TV용 화이트 뱃라이트유닛(BLU)을 출시했다.

3cm가 채 안되는 두께의 '슬림핑거' TV를 생산할 수 있었던 것도 TV 테두리에 BLU를 장착해(엣지방식) 공간을 최소화할 수 있기 때문에 가능했다. 때문에 지난해 인사를 앞두고 재계에서는 이 부사장이 삼성LED 대뵤이사 직을 맡을 것이라는 추측이 나오기도 했다.

삼성LED와 함께 신성장 전자계열사 삼총사로 주목받고 있는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와 삼성디지털이미징 역시 이 부사장의 역할이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는 차세대 디스플레이로 주목받고 있는 '아몰레드'(AMOLED) 상용화에 성공했다. 삼성디지털이미징 역시 상대적으로 취약했던 삼성의 디지털카메라 사업을 도맡아 승승장구하고 있다.

이들 기업은 창립 첫해부터 흑자행진을 계속하고 있다. 특히 이들 3개 기업은 미래 먹을거리를 생산하는 기업이기 때문에 향후 성장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이밖에도 지난 한해 신시장 개척 및 기존 시장 강화를 위해 활발한 해외활동에 나섰던 것도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와 올해 미국과 유럽 등 기존 선진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였을 뿐 아니라 '브릭스'(BRICs; Brazil·Russia·India·China)와 중동·동유럽 등 신흥시장에도 시장점유율을 높이고 있다.

따라서 "이건희에게는 반도체가 있었지만, 이재용은 무엇을 보여주었나?"라는 비판적 질문 역시 조만간 수그러들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반도체 사업은 이 전 회장이 회장직에 오른 후에야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반면 이 부사장이 심혈을 기울인 사업과 활동은 이미 그 결과가 나오고 있다. 아울러 올해 본격적으로 경영 전반에 나선만큼 지금까지의 성과를 넘어 이 부사장의 능력을 검증할 기회는 충분한 것으로 보인다.

아주경제 특별취재ehn@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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