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혁명 이후 경제는 주로 공업을 기반으로 발전했다. 공장 굴뚝의 연기양이 곧바로 수익금으로 연결되던 시절도 있었다. 오염물질이 하천이나 바다로 흘러들어 어느 순간부터 등이 굽은 물고기가 심심찮게 발견됐고, 사람들도 치명적인 질병에 시달리게 됐다. 생활의 편의만 집착한 나머지 ‘문명이 발전할수록 지구는 병들어 간다’는 당연한 진리를 깨닫기 전까지 사태의 심각성을 전혀 깨닫지 못했다.
현대과학으로도 각종 부작용을 치유할 수 없는 상태에 이르자 그때서야 인류는 자각의 시간을 갖게 된다. 자각의 움직임은 최근 화두로 떠오른 ‘녹색성장’과 ‘지속가능발전’으로 가시화 된다. 지구의 존속을 담보로 삶의 방식을 전환해 줄 것을 강력하게 제안하고 있다. 이에 인류는 산업혁명만큼이나 큰 충격에 휩싸이게 된다. 지금까지 사람들은 핑크빛 미래만 꿈꿨고, 그 꿈을 이루려고만 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환경오염에 대한 심각성을 제대로 느낄 수 없었다.
그래서 한번 쓰고 버리는 일회용품과 에너지 남용이 지구를 얼마나 황폐화시키고 후손들의 삶에 어떤 악영향을 주는지 예측조차 불가능했다. 늦은 감은 있지만 지금부터라도 미래에 대한 배려를 실천해야 한다고 자각하게 된 것은 무척이나 반가운 일이다.
문화산업 분야도 이런 성찰의 시간은 곧 도래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문화산업은 굴뚝 없는 공장이라고 불리고 있으며, 녹색산업의 가장 좋은 소재로 인식되고 있다. 하지만 녹색성장과 지속가능발전 개념에서 바라보면 아직 수정·보완해야 할 사항들도 많다.
특히 ‘자원순환’과 ‘온실가스배출’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앞으로 풀어야 할 과제가 적지 않다. 공급자는 각종 책자나 유인물을 제작할 때 자원순환을 고려해 재활용자원을 사용해 일회용품 사용은 줄여나가야 한다. 문화소비자인 관객도 마찬가지이다. 관람을 위해 공연·전시장을 찾을 때 가급적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정책조정도 필요하다. 현재는 대형 공연장이나 전시장이 주로 도시 외곽에 위치해 이동에 많은 시간과 에너지가 소모된다.
시민들이 일과 후 쉽고 빠르게 문화예술현장으로 접근할 수 있도록 중 극장 규모의 아트센터들을 도심에 배치해 접근성을 향상시키는 방안도 고려해봄직하다. 단시간 내에 도보나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문화현장에 접근할 수 있으면 국민은 보다 많은 예술향유기회를 누리게 되고 일거양득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서머타임 시행도 문화예술계 입장에서는 좋은 기회이다. 본래 서머타임은 1784년 미국의 벤자민 프랭클린이 양초를 절약하려고 제안했다고 한다.
지금은 미국과 유럽의 25개국 등 전 세계의 여러 나라들이 적극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서머타임이 적용되면 하절기에는 저녁 9시까지 해가 떠있기 때문에 주로 야간에 가동률이 높아지는 공연장 입장에서는 점등시간을 줄여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다. 또한 일광시간이 늘어남에 따라 활동시간도 늘어나 문화현장을 찾는 관객 수도 늘어나 저변확대도 기대된다. 더불어 가동률이 낮은 낮 시간대에 태양광발전 시설과 같은 신에너지 생산설비를 아트센터에 설치했을 경우 문화산업은 비로소 녹색산업의 요건을 두루 갖출 수 있게 될 것이다.
얼핏 생각하면 녹색성장·지속가능발전이라는 개념이 생활에 불편함을 주고 기업의 생산성을 약화시킬 수 있다고 여기기 쉽다. 하지만 미래를 생각하면 불편함은 풍요로움으로 되돌아온다. 기업은 경쟁력을 강화시킬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고 삶의 질이 향상되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 주변을 한번 둘러보자. 호흡하는 것을 제외한 나머지 대부분을 화석연료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인구가 밀집된 도시생활은 더욱 그렇다. 지금은 작은 불편함을 생활의 큰 즐거움으로 바꿀 수 있는 지혜가 절실한 때다. 예전 어머니께서 밥을 지을 때 부뚜막 위의 단지에 쌀 한두 숟가락을 덜어 놓으시던 기억이 떠오른다. 당신께서는 그 쌀을 어려운 이웃을 돕거나 좋은 일에 쓰셨다. 예술은 우리의 정신을 풍요롭게 해주는 양식이다. 지금은 예술을 즐길 때에도 환경과 미래를 먼저 배려하는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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