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31부대와는 다른 인체자원중앙은행 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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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0-03-22 1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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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태영, 7개사 경쟁에서 242억3400만원으로 최종낙찰

일제시대 말기 속칭 '731부대'로 불린 만주 관동군의 방역급수부 본부는 한국인들을 상대로 무자비한 생체실험을 실시했다. 많은 한국인들은 '한국인'이라는 이유만으로 매우 잔인하게 살해됐고, '피와 살점이 난무하는 호러물 영화'와 같은 731부대의 실험 기록은 훗날 세계적인 비판 대상이 된다. 

731부대의 연구기록은 '살아 있는 사람'을 대상으로 실험한 자료로 의생명과학이 발달한 현대에도 도저히 얻기 힘든 자료가 많다. 하지만 학계에서는 731부대 자료의 인용 자체를 금기시한다. '비윤리적인 방법'으로 얻은 자료이기 때문이다.

잔인하게 살해된 731부대 생체실험 희생자들의 암매장 의혹 지역을 일본 정부가 올해 내로 발굴하기로 언급한 요즘, 대한민국에서는 731부대의 잔인함과 거리가 먼 '한국인과 인류 전체를 위한' 평화적 의료연구시설 건설이 한창 진행 중이다. 보건복지부 산하 질병관리본부의 '인체자원 중앙은행' 확장·이전 사업이 그것이다.

'인체자원 중앙은행'은 인체와 관련된 각종 자원을 모조리 기록·저장하는 일종의 인체자원저장시설이다. 진료과정에서 채취한 조직과 혈액 등의 검체를 액체질소탱크에 영구 보존하며, 보존된 검체는 암진단·암치료·성인병 연구 및 새로운 치료제·진단시약 등의 개발을 위해 사용한다. 진료·교육·연구 등에 필요한 인프라이다.

하지만 질병관리본부의 '인체자원 중앙은행'은 윤리성 준수를 위해 깐깐한 노력을 거친다. 비록 진료과정에서 채취한 검체일 지라도 환자의 동의를 거치며, 검체의 분양을 원하는 연구자는 '병원·생명윤리심의위원회'를 반드시 거쳐야 한다.

정부는 2007년 6월 '인체유래생물자원 종합관리방안'을 수립한 이래 2008년 4월에는 질병관리본부에 '한국인체자원중앙은행'을 출범했고, 이어 6개 거점은행(충남대병원·전북대병원·전남대병원·부산대병원·경북대병원·경상대병원)과 2개 협력은행(서울아산병원·순천향부천병원)을 지정했다.

조달청은 지난 주에 현재 은평구 질병관리본부에 소재한 인체자원 중앙은행 이전을 이끌 시설입찰의 최종 낙찰자를 발표(태영건설·242억3400만원)했다. 턴키(설계·시공일괄입찰) 방식으로 행하는 이 공사를 통해, 현 인체자원 중앙은행은 1만2538㎡ 규모의 현대화된 대형시설로 이전하게 된다.

이 시설에서 가장 주목할 곳은 신설되는 300㎡ 전후 규모의 '액체질소탱크'이다. 액화질소냉각을 통해 섭씨 영하 196도의 급냉이 가능하다. DNA와 플라즈마 등의 인체자원은, 상온보관은 물론 왠만한 냉장·냉동 보관도 거의 불가능하기에, 초저온을 유지하는 초대형 보관시설을 마련한 것이다. 

첨단기술이 필요한 공사이기에 자사의 건설기술을 뽑내려는 중견 건설사가 다수 참가했다. 특히 쌍용건설 및 태영건설이 막판까지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비용만 보면 소규모 공사라 판단할 수도 있다. 하지만 한국의 의생명공학 발전을 생각할 때 이 공사는 결코 가치가 작지 않다. 끝까지 한 치의 실수 없이 잘 공사가 마무리되기를 바랄 뿐이다.

아주경제 이준혁 기자 leejh@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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