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상수-명진스님, 누구의 거짓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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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0-03-22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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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슈&이슈]봉은사 조계종 직영사찰 지정두고 '진실게임'

안상수 “봉은사 직영전환 외압 없었다”...명진 “거짓말”
야당, “안상수 사퇴, 국회차원 진상조사 요구” 봇물

봉은사 조계종 직영사찰 지정 배경을 둘러싸고 한나라당 안상수 원내대표와 봉은사 주지 명진 스님간 ‘진실공방’이 고조되고 있다.
안 원내대표가 22일 봉은사의 직영사찰 전환에 대해 외압을 행사한 적이 없다고 한 데 대해 명진 스님이 “거짓말”이라며 반박하고 나섰다. 이에 대해 야당은 정치가 종교의 신성함을 해쳐서는 안된다며 국정조사 필요성까지 제기하는 등 정치권으로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봉은사 직영사찰 지정 논란 ‘일파만파’

이번 논란은 명진 스님이 지난 21일 봉은사 법왕루에서 열린 일요법회에서 “안 원내대표가 지난해 11월13일 프라자호텔 식당에서 자승 조계종 총무원장을 만나 ‘현 정권에 저렇게 비판적인 강남의 부자 절 주지를 그냥 놔둬서야 되겠느냐’고 한 얘기를 김영국 조계종 산하 불교문화사업단 대외협력위원으로부터 전해 들었다”며 “(직영사찰 전환문제는) 이 연장선상에 있다”고 정치외압설을 제기하면서 시작됐다.

봉은사가 직영사찰로 지정됨에 따라 주지는 조계종 총무원장이 맡게 되며 명목상 주지가 사찰의 운영을 대행하고 총무원에 일반 사찰보다 더 많은 분담금을 내야 한다. 이로써 4대강사업에 반대하는 등 진보성향의 명진 스님은 임기보장을 받지 못하는 처지가 됐다.

조계종 총무원측과 안 원내대표측은 명진 스님의 주장에 대해 “근거 없는 주장”이라며 “봉은사 문제는 조계종 내부의 문제”라고 일축하고 있다.

총무원 대변인 원담 스님은 “총무원장 스님은 ‘그 자리에서 그런 말을 들은 적이 없다’고 말했다”며 “봉은사 직영화는 종헌종법에 따라 결정한 것인데 명진 스님이 왜 이 문제를 정치권과 연결짓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안 대표는 “지난해 고흥길 위원장, 자승 총무원장 등 셋이 만나 템플스테이 예산 등 불교 숙원사업 관련예산 얘기를 나눈 적은 있지만 당시 다른 배석자는 없었다”며 “간접적으로 들은 얘기를 사실인 양 얘기하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명진 스님은 모르는 사람이 맞고 봉은사의 직영사찰 전환에 대해 외압을 행사한 적도 없다”고 못박았다.

◆명진 스님 “안상수 거짓말 하고 있다”

그러나 명진 스님의 주장은 정반대다. 명진 스님은 직영사찰 지정에 대한 안 원내대표의 외압 의혹을 거듭 주장하면서 안 원내대표가 자신을 잘 알면서도 모른다고 거짓말했다고 반박하고 나섰다.

명진 스님은 “안 원내대표와는 10여년 전부터 석가탄신일 때마다 식사를 같이 했을 정도로 잘 아는 사이”라며 “나와 잘 아는 사이면서 알지 못한다고 한 것은 거짓말을 하거나 기억력이 나쁜 것”이라고 일갈했다.

그는 직영 전환과 관련, “종단이 사전 설명도 없이 직영을 결정했고 총무원장도 ‘죄송하다’, ‘할 말이 없다’고 이야기할 정도면 외부의 압력이 있었다는 것 아니냐”고 강조했다.

그는 조만간 안 원내대표와 총무원장 식사 자리에 배석했던 김 대외협력위원이 입장을 발표할 것이라며 안 원내대표측을 압박했다.

김 위원은 측근을 통해 “명진 스님이 나와 상의도 없이 내 말을 폭로했다는 것에 대해 매우 당혹스러웠으나 내용은 100% 진실”이라며 “필요하다면 기자회견을 하겠다”고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야권, ‘안상수 때리기’ 총공세

이 논란은 정치권으로도 불똥이 옮겨 붙었다. 야당은 일제히 안 원내대표가 종교 자체문제에 개입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민주당 박주선 최고위원은 “정치가 종교의 신성함을 해쳐서는 안된다"며 "국회 차원의 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자유선진당 박선영 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어느 절을 직영사찰로 할 것인가는 불교계가 결정할 일”이라며 “안 원내대표가 발언 사실을 부인했지만 발언이 사실이라면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진보신당 노회찬 대표도 “정치적 견해가 다르다는 이유로 종교에까지 정치적 억압을 가한 도전행위”라며 “안 원내대표의 즉각 사퇴를 촉구하며 이 문제는 한나라당 대표가 국민께 사과할 일”이라고 밝혔다.

아주경제 송정훈 기자 songhddn@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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