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인수목적회사(스팩)가 주가 급등으로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스팩 주가가 지나치게 뛰면 원래 목적인 기업 인수ㆍ합병(M&A)도 어려워지는 탓이다. 일반 투자자 역시 고점에 스팩을 매수했다가 M&A 실패로 막대한 손실을 볼 수 있다.
23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스팩은 본래 가치보다 주가가 부풀려지면 피인수대상 기업과 합병비율을 산정할 때 불리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이 탓에 공모금액보다 스팩 시가총액이 지나치게 커지면 향후 스팩과 합병할 기업을 찾기도 어려워지는 것이다.
결국 본래 목적인 M&A가 무산될 수 있을 뿐 아니라 스팩 제도 역시 시장에서 제대로 안착하기 어렵다.
스팩은 M&A에 실패하면 청산절차를 밟아야 한다. 이때 공모가보다 지나치게 높은 가격에 주식을 매수한 투자자는 원금마저 날릴 수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지금 스팩 주가가 급등하는 것은 주식과 스팩 간 차이를 잘 모르는 개인 투자자가 오름세만 쫓아 투자에 나선 탓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주가가 비정상적으로 뛰더라도 스팩 경영진은 달리 대응하기 어렵다"며 "금융당국이 직접 나서 투자 위험에 대해 적극 알려야 한다"고 덧붙였다.
증권가는 M&A를 본격 추진하기 전까지 스팩 주가가 공모가 수준에 머물려야 정상이란 시각이다. 그런데도 스팩은 연일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가장 오름세가 가파른 미래에셋스팩1호는 주가급등 사유를 묻는 전날 조회공시요구 답변에서 "주가에 영향을 미칠 사항이 전혀 없다"며 오히려 투자유의를 당부했다. 12일 상장한 이 스팩은 연일 가격제한폭까지 치솟으며 과열 논란을 빚었다.
이어 19일 상장한 현대증권스팩1호도 상장 이후 이틀 연속 상한가를 기록하며 가파른 오름세를 보였다. 대우증권스팩 또한 연사흘 상승으로 공모가 대비 20% 이상 뛰어올랐다.
앞서 급등한 스팩이 가격제한폭까지 치솟으면 다른 종목도 이유 없이 동반 상승하는 모습까지 나타나고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공모가 주위를 맴돌다 M&A 재료가 나오면 그때부터 움직이는 게 정상"이라며 "스팩이 상장 직후부터 급등하는 것은 투기성이 다분하다"고 전했다.
당국도 과열로 보고 예의주시하고 있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스팩 제도 자체에 문제가 없는지 주시하고 있다"며 "지금 상태는 과열이 분명하다"고 말했다.
문진영 기자 agni2012@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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