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운찬 국무총리의 못 말리는 야구사랑이 눈길을 끈다. 정 총리는 27일 서울 잠실야구장을 찾는다. 2010프로야구 개막전이 열리는 그곳에서 두산 베어스 대 기아 타이거스의 개막 경기를 관전하기 위해서다.
같은 날 인천 문학구장에서는 ‘그린스포츠 선포식’ 행사가 열린다. 문학구장에 설치되는 태양광 발전시설의 본격 가동을 기념하는 자리다. 정부가 저탄소 녹색성장을 국가전략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제시한 만큼 앞서 총리실에서는 이 행사에 총리가 참석해 축사를 하는 것으로 일정을 조정했다.
이 때문에 당초 축사를 하기로 했던 최경환 지식경제부 장관은 ‘총리가 참석할 예정’이라는 소식에 당장 장관 일정을 취소했다.
그러나 정 총리는 예정대로 잠실구장을 찾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대신 문학구장에서의 축사는 최 장관이 맡도록 일정 변경을 하지 말도록 지시했다. 야구에 대한 애정을 여실히 드러낸 것이다.
정 총리의 야구사랑은 그리 새삼스러울 것 없다. 거슬러 올라 정 총리는 유년시절부터 야구를 즐겼다. 미국 유학 중에도 미 메이저리그 관전을 즐겨왔다.
서울대 총장 시절 정 총리는 은퇴 후 한국야구위원회(KBO) 총재가 되고 싶다고 말하는 등 무한 야구 애정을 가져온 데다 실제 방송 야구 중계 해설에 나서기도 했다. 당시 한국야구에 관한 칼럼을 기고했을 정도로 그는 탄탄한 야구 내공을 지녔다.
특히 정 총리는 한때 시즌티켓을 끊어 두산 경기를 정기적으로 관람할 두산 팬이다. 두산 소속이었던 안경현 선수의 SK 와이번스로의 이적을 아쉬워할 정도로 두산 시절 안 선수를 가장 좋아한다고 한다. 정 총리의 야구 인맥도 두터워 야구인 외에 장수만 국방차관과 김수룡 한국 도이치은행그룹 회장 등과도 야구마니아로서 친분이 두텁다고 한다.
다만 지난해 9월3일 총리 지명 후 그는 단 한 번도 야구장을 찾지 못했다. 특히 작년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당시 시구 제의도 받았지만 일정상 무산되면서 개인적인 아쉬움이 컸던 것으로 전해졌다.
야구에 대한 아쉬움을 달래는 그의 노력이 뒤따랐다. 작년 11월엔 삼청동 총리공관으로 박찬호 이승엽 김태균 선수를 초청, ‘야구’ 안주를 벗 삼아 막걸리 잔을 기울이며 오랜만에 활력을 되찾았다.
어쨌든 정 총리는 이번 주말 그토록 원하던 야구 관람을 즐길 수 있게 됐다. 세종시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하면서 세종시 문제를 일단락 짓고 정 총리도 한숨 돌리게 된 것이다.
아주경제 차현정 기자 force4335@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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