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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리'의 기원은 고대 그리스, 로마, 이집트의 비밀 종교 의식이나 제의에서 눈을 감고 신비스런 체험에 입문하는 행위에서 비롯됐다고 한다. '눈을 감다'는 뜻의 'muo(뮈오)'와 '입문하다', '배우다'는 뜻의 'mueo(뮈에오)'가 어원(語原)이다.
원래 신비하고 신성한 의미를 품고 있었으나 차츰 세속화돼 특정 집단의 독점적인 특수 기술(중세 직공 조합·길드)이나 1960년대 유행했던 '괴기·추리소설 장르'라는 의미까지 끌어안았다.
오늘날은 흔하게 호기심 동하는 어떤 사건의 전말, 아직 풀리지 않은 의문이나 수수께끼라는 뜻으로 널리 쓰인다.
스마트폰과 휴대용 컴퓨터로 누구나 거의 모든 지식과 비밀에 접근하게 된 시절이지만 그만큼 호기심이 왕성해져서인지 미스터리에 대한 관심이 트렌드가 되고 있다. 인터넷 사이트에서 수천만 조회수를 자랑하는 블로그는 어김없이 미스터리를 다루는 곳이며 유튜브에서도 인기 아이템은 '미스터리 동영상'이다.
그 중에서도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찍은 화성 사진에서 사람 얼굴 모양의 고대 스타일 인공 건축물 형상이 드러났고 숲과 호수도 발견됐다는 이야기는 황당하다 못해 짜증이 날 정도다. 공기도 없고 밤 기온은 영하 85도까지 내려간다는데 생명체가 살았다고? 게다가 숲과 호수라니… 어이가 없다. 게다가 고대 인공 건축물중에는 이집트의 스핑크스와 피라미드를 빼닮은 것도 있다며 사진이 돌고 있다.
화성만이 아니라 달 뒷면(지구에서는 관찰되지 않는다)에는 수 킬로미터까지 치솟은 첨탑형 유리 건물 잔해가 있고, 평원을 뒤엎을 정도 크기의 유리 돔(dom) 흔적도 있다는 멀미나는 이야기도 있다. 토끼가 방아 찧는 전설 속의 달, 크리에이터 투성이인 곰보 달 뒷면에 외계인의 기지 같은 건물 잔해가 있다니 황당함에 숨이 막힐 지경이다.
1947년 미국 뉴멕시코주 로스웰에서 발견되었다는 외계인 시체 이야기와 그 해부 동영상은 10여년 전 미국에서 드라마로 만들어졌을 정도인데, 미디어와 인터넷을 통틀어 가장 쇼킹한 외계 관련 미스터리다. 아직도 인터넷에서 가장 인기 있는 미스터리 스토리다.
2008년 10월 우리나라 서울 광화문 상공에 나타났다는 20여기의 미확인 비행물체(UFO) 불빛 동영상엔 수십여명의 사람들이 그 장면을 구경하는 생생한 화면이 눈길을 끈다. 한 괴짜 한국인 UFO 헌터가 찍었다는 동영상은 국내 케이블 TV에 소개되기도 했는데, 그동안 국내에서 찍힌 UFO 사진들이 새삼 주목받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뉴욕 월드트레이드센터 빌딩이 주저앉은 2001년 9·11 테러가 세계의 금권(金權)을 한 손에 쥔 '이너써클(Inner Circle)'의 음모임을 밝힌다는 다큐멘터리 동영상 '시대 정신(Zeit Geist)'은 최근 몇년간 가장 '핫'한 인터넷 미스터리 아이템이었다. "비행기가 부딪히기 전에 지하에서 폭발음을 들었다"거나 "그날 따라 유대계 금융 기업의 임직원들이 유달리 결근이 많았다"거나 하는 증언자들의 이야기는 왠지 께름칙하다.
과학이 발달하고 인터넷에 온갖 비밀 정보가 범람해서 호기심을 채워주는 시대다. 상상할 수 없는 미스터리 아이템들이 정보의 바다에 넘실거린다. 인터넷은 '미스터리 반 포르노 반'이라는 말처럼 이상한 정보들로 가득하다.
세월 바친 연구나 뚜렷한 증거도 없이 진위를 속단할 수 없겠지만 범람하는 미스터리 정보들이 지상의 현존하는 권위와 권력, 질서를 무력화시키는 악성 루머로 기능하는 것은 사실이다.
미스터리는 본래 신성한 종교적 제의와 신비체험이라는 뜻이었다. 개인이 우주적 소통을 통해 자기 완성의 경지로 나아가는 행로를 의미했다. 미스터리에 대한 호기심이나 연구가 무정부 의식을 조장하는 악성 소문이 아니라 고차원적인 의식 세계의 확장과 미래로 열린 상상력으로 승화돼야 본래 뜻에 합당할 것 같다.
기성 권위와 권력, 질서를 무너뜨려봐야 대안(代案)이 없겠기에 하는 말이다.
<트렌드아카데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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