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정몽준 대표는 지난 28일 평택 2함대 내 침몰 '천안함' 실종자 가족들을 방문했다가 "정치나 하지 뭐하러 왔느냐"는 원성을 들었다.
정 대표는 "실종자를 살려내라"라는 가족들의 거센 항의에 "정부의 구조작업이 진전없는 것을 원망하고, 걱정하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라고 달래야 했다.
정 대표에 앞서 도착한 김문수 경기도지사는 "사람이나 더 살리지 뭐하러 왔나. 선거운동하러 온 거냐"라는 핀잔에 당혹스러워하기도 했다.
이회창 자유선진당 대표 역시 이날 오후 늦게 숙소를 찾았다가 가족들로부터 "사진 찍으러 왔느냐. 카메라 앞에 서려고 왔느냐"는 조롱을 받아야 했다.
이 대표는 또 "선거하러 오신 모양인데, 실종 2일이 지났는데 배도 못 찾고 있다"라는 비아냥거림거림에는 "선거 전하러 온 것이 아니다. 진심만 믿어달라"고 가족들을 설득해야 했다.
이날 백령도를 찾은 정운찬 국무총리도 현지에 있는 실종자 가족들을 면담하려 했지만 "총리가 아니라 대통령이 왔다고 해도 볼 이유가 없다"는 가족들의 외면에 발길을 돌려야 했다.
실종자에 대한 신속한 구조를 호소하는 가족들의 요구에 '즉석 약속'을 하는 경우도 보였다.
정 대표는 "실종자들이 물에 빠져 있는 시간이 많이 흘렀다. 심해탐사 민간요원들이 사고현장에서 군과 함께 구조작업을 할 수 있도록 해달라. 헬기를 동원해 달라"라는 가족들의 요청에 "가능한 한 모든 헬기를 동원, 구조작업을 할 수 있도록 국방장관에게 조치하겠다"라고 약속했다.
정 대표는 즉석에서 민간 잠수요원의 현장 투입과 헬기 지원을 할 수 있도록 2함대 등에 요청했다.
김태영 국방장관도 가족들을 방문한 자리에서 "(장관) 휴대전화 번호를 알려달라. 헬기로 가족 대표 3명이 현장 구조작업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게 해달라"는 주문에 곧바로 자신의 휴대전화 번호를 알려주고, 헬기 1대를 지원할 것을 2함대 관계자에게 지시하기도 했다.
한 실종자 가족은 "정치인 방문이 순수한 위로 목적이 아닌 6.2지방선거를 의식한 것이라는 사실은 '삼척동자'도 아는 일"이라며 "지금은 위로를 받기보다 실종자를 구하는 것이 급선무인 만큼, 수색작업에 모든 역량을 기울여 줬으면 좋겠다"라고 아쉬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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