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직접 나서 온실가스 감축 주무부처를 환경부로 '교통 정리'하고, 국무총리실에서 녹색성장기본법 시행령을 재 입법예고까지 했지만, 민간의 각 이해관계자들의 첨예한 대립은 더욱 커져만 가고 있다.
산업계는 "입법예고안에 비해 실질적인 변화가 없다"며 볼멘소리를 내놓고 있으며, 환경 관련 시민단체들은 "고양이에게 생선 맡긴 꼴"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 정부, 재입법 예고까지 하며 시행령 안 마련
온실가스 감축 주무부처를 둘러싼 지식경제부와 환경부의 '다툼'이 지속되자,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25일 청와대에서 직접 토론을 주재하며 환경부에 손을 들어주는 것으로 결론내렸다.
국무총리실은 곧바로 다음날인 26일 환경부가 국내 온실가스 목표관리의 총괄운영기관으로 지정되고, 국가 온실가스 배출 정보 및 통계를 검증하는 내용이 포함된 '저탄소 녹색성장 기본법 시행령'을 재 입법예고했다.
재 입법예고안에는 총리실 산하에 두기로 했던 '기후변화에너지센터'는 환경부 산하의 '국가온실가스정보센터'로 이름과 소속을 바꾸기로 하고, 국가온실가스 종합정보관리체게의 대외적 대표기관의 지위와 역할도 환경부에 주는 것으로 정리됐다.
다만 각 부문별 온실가스 배출 목표관리업무를 각 소관 부처가 담당하기로 해, 에너지·산업 관련 기업의 온실가스 규제는 지경부가, 건물·교통 분야는 국토해양부가, 폐기물 분야는 환경부가, 농수산업 관련 분야는 농수산식품부가 각각 맡게 됐다.
산업계가 그동안 줄곧 요구해온 관리업체의 '다음연도 온실가스 감축, 에너지 절약 및 에너지 이용효율에 관한 목표 및 그 이행계획' 제출 시기를 내년으로 1년 연장해줬다.
◇ 산업계, 불만은 계속
산업계의 주장이 일정부분 반영됐지만 산업계의 만족도는 그리 높지 않다.
전체적으로 "산업계의 의견에 귀를 기울인 듯 하나 시행령에 담는 과정에서 애매모호하게 결론내렸다"는 총평이다.
우선 산업계의 온실가스 관리 감독은 지경부가 맡고 환경부가 총괄하기로 했지만 환경부가 직접 실질적인 개입을 할 수 있는 장치를 여럿 뒀다는 데에 산업계는 반발한다.
재입법 예고안에는 환경부가 온실가스·에너지 정보 검증과 부문별 목표관리 업무를 평가하고, 미진하다고 판단될 경우 관리기관과 합동조사를 실시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환경부는 또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이나 에너지 절약 및 에너지 이용효율 측정방식에 객관성과 신뢰성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될 경우에는 재평가를 실시할 수 있도록 했다.
추광호 전국경제인연합회 팀장은 "환경부과 관리업체 평가도 개입할 수 있는 등 여전히 중복규제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또 산업계가 정부에 제출해야 하는 명세서에 비공개 대상 정보가 무엇인지 나와있지 않아, 기업의 영업 비밀 등 비공개대상 정보가 새어나갈 가능성도 여전하다고 산업계는 얘기한다.
권보미 중소기업중앙회 기업협력팀 과장은 "지난 금요일(26일)에 재입법예고하고 오늘까지 의견서를 제출해야 하는 상황이라서 정확하게 중소기업계의 의견이 정리되지 못했다"면서도 "명세서에 공정별 자료까지 요구하는 방안이 그대로 담겨 있어 열악한 중소기업에게 매우 부담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그동안 산업계가 요구해온 온실가스감축, 에너지 절약 및 이용효율 세가지 목표의 '통합'도 반영되지 않은 점도 도마에 올랐다.
◇ 환경관련 단체 "개선 없다"
환경관련 단체 역시 재입법 예고안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쏟아 냈다.
조성돈 환경정의 국장은 "지경부가 국가온실가스 배출 및 통계 검증 업무를 환경부에 넘기기 싫어서 국토해양부와 농림수산식품부 등을 끌어들였다"며 "각 산업계의 진흥을 담당하는 소관부처가 규제를 제대로 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저탄소 사회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일정정도 성장을 희생해야 하는데, 그동안 성장을 독려했던 소관 부처가 규제를 강력하게 추진하기가 어려울 것이라는 예측이다.
여기에 온실가스 감축 목표와 부문별, 업종별 목표를 설정 때에 기획재정부 장관이 주관하는 '경제정책조정회의'를 거치도록 한 점도 환경단체의 우려 대상이다.
양이원영 환경운동연합 국장은 "경제부처 고위 관료가 대부분 참석하는 경제정책조정회의를 거치게 되면 경제라는 이름으로 '녹색'보다는 '성장'을 우선하게 된다"며 "특히 산업분야에서 온실가스 많이 방출하는데, 그쪽 관리는 소홀히 할 것"이라고 밝혔다.
조성돈 국장도 "경제정책조정회의를 통과하는 과정에서 환경을 우선하는 정책은 많이 약화될 것"이라며 "각 부처의 차관회의를 거쳐 바로 국무회의로 가는 대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밖에 환경부는 명목사 대외적인 총괄 업무만 하게 될 뿐, 구체적인 관리에는 손을 떼게 되는 구조로 정착할 것이라고 환경단체들은 주장했다.
아주경제 김종원 기자 jjong@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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