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 적정 뇌물은 얼마?…한명숙 재판서 언급된 '용전의 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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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0-04-07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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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물의 적정 액수는 얼마일까. 다다익선(多多益善)? 아니다. 정답은 없다. 너무 적어도 안되고 너무 많아도 안된다.

액수가 적으면 뇌물의 효과(?)가 없다. 받으면서도 기분이 나쁜 상황이 생길 수 있다. 너무 많아도 문제다. 부담스럽다. 후일 문제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적정 뇌물 액수는 '용전(用錢)의 효과'를 발휘할 때다. '최대의 효과를 거둘 수 있는 돈의 규모'라는 의미다. 너무 많지도 적지도 않아야 한다. 단 상대방이 생각했던 것보다 '한 장' 정도 더 넣으면 효과가 가장 크다고 한다. 삼성 비자금 사건을 고발한 김용철 변호사가 저서 <삼성을 생각한다>에서 공개한 '로비의 기술'이다.

이 얘기가 31일 한명숙 전 국무총리의 '5만 달러 뇌물수수 혐의' 재판장에서도 나왔다. 곽영욱(69.구속기소) 전 대한통운 사장의 입을 통해서다.

곽 전 사장은 오찬장 의자에 5만 달러를 놓고 나오면서 한 전 총리에게 '죄송하다'는 말을 하고 나왔다고 진술했다. 그러면서 '용전의 효과'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그는 이날 재판에서 "'용전의 효과'는 사기업에서 쓰는 용어인데 돈을 받는 사람 입장에서 돈이 적은지 많은지에 관해 생각하는 것"이라며 "10만 달러를 원하는 사람에게는 5만 달러는 적고, 1만 달러를 원하는 사람에게 5만 달러를 주면 부담스러워 받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검찰 관계자는 "'일인지하 만인지상'의 위치에 있는 총리에게, 그것도 남동발전 사장직에 대한 대가로는 조금 적은 돈이라는 의미에서 죄송하다고 했던 게 아닌가 싶다"고 해석했다.

한 전 총리가 뇌물을 받았는지 여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사건의 열쇠를 쥐고 있는 곽 씨의 진술은 오락가락한다. 진실이 무엇이든, 주목할 것은 뇌물을 주는 데도 기술이 필요하다는 거다. 상대방이 실망하거나 부담스러워하지 않는 적절한 액수를 책정하는 기술말이다.

한편 한 전 총리는 이날 열릴 예정이던 피고인 신문에 앞서 "검찰의 질문에 대해 지금부터 답변을 하지 않겠다"며 진술거부권을 행사했다.

그는 "모든 사건을 적법한 절차에 따라 재판과정에서 진실이 밝혀져야 하지만, 이 사건은 기소도 되기 전 조선일보 1면에 피의사실이 공표됐다"며 "한 개인을 사회적 범죄자로 낙인찍고 있지도 않은 일로 저는 이루말할 수 없는 고통을 받았다"고 진술거부 이유를 밝혔다. 한 전 총리는 검찰 수사 단계에서 일체의 진술을 거부해왔다.

한 전 총리는 2006년 12월20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총리공관 본관에서 열린 오찬모임에서 곽 씨로부터 대한석탄공사 사장으로 임명될 수 있게 해달라는 취지의 청탁과 함께 5만 달러를 받은 혐의로 작년 12월 22일 불구속 기소됐다.

아주경제 권영은 기자 youngeun@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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