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 면적 17㎢, 평수로 환산하면 525만평, 주택 9만5000가구. 계획인구 27만7500명 수용.'
정부가 1일 발표한 광명시흥 보금자리주택지구 개요다. 크기 등을 놓고 보면 분당신도시(19㎢. 590만평)와 비슷한 규모다.
하지만 정부는 '신도시'라는 명칭을 절대 사절하고 있다. 현 정부는 참여정부가 주택공급의 원칙처럼 활용했던 신도시 공급정책을 금지어라도 되는 것처럼 절제하고 있다. 특히 이대통령은 서울시장 재직 때나 대선후보 당시 신도시 개발을 통한 참여정부의 주택공급 확대를 줄기차게 비난해왔다.
MB정부의 주택공급 정책 핵심은 도심 공급이다. 서울 도심 재개발·재건축과 그린벨트 해제를 통한 보금자리주택 건설이 주다.
1일 국토해양부 기자실 브리핑에서 이충재 공공주택사업단장은 '신도시가 아니냐'는 질문에 "신도시와 보금자리주택지구는 다르다"고 잘라말했다.
그가 말하는 이유는 "신도시는 도시안에 기반시설을 모두 새로 마련해야 하지만 광명시흥지구는 기존 도시라서 기반시설이 대부분 갖춰져 있다"는 것이다.
일부에서는 신도시급인 광명시흥 보금자리주택지구를 굳이 '신도시'라 부르지 않는 이유에 대해 "현 정부의 신도시 노이로제가 되살아난 것 아니냐"는 의문도 제기하고 있다.
하지만 현 정부가 신도시 공급정책을 전혀 안 쓴 것은 아니다. MB정부 출범 첫 해인 2008년 8월, 정부는 8·21 대책을 통해 2개 신도시를 통한 주택공급 계획을 발표했었다. 오산세교신도시와 인천검단신도시 확대 조성이 그것이다.
그런데 굳이 광명시흥지구를 신도시가 아니라고 부인하는 이유는 뭘까. 이는 현 정부의 건설프렌들리 정책에서 찾을 수 있다. 서울과 가까운 수도권에 저렴한 집을 빨리 지어 주택을 안정시키겠다는 정책방향이다.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을 풀어 보금자리주택을 짓는 정책은 특별법으로 제정돼 택지개발촉진법상의 '신도시'보다 규제를 덜받는다.
택지개발촉진법상의 330만㎡(100만 평) 이상 신도시로 개발할 경우 '지방자치단체가 정해놓은 그린벨트 해제 총량을 신도시 용도로 전용하거나, 새로 해제 총량을 추가하는 절차를 밟아야 한다. 반면 보금자리주택건설특별법은 지구 지정만으로 그린벨트가 해제된다.
또 녹지·도로·학교 등을 명확히 확보해야 하는 신도시계획기준도 적용받지 않는다. 이충재 단장의 말처럼 기반시설을 크게 신경안쓰고 약 10년이 걸리는 신도시급 주택도시를 6~7년안에 만들 수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환경단체의 비난은 면하기 어려워 보인다. 2008년 정부가 수도권 그린벨트 100㎢를 풀어 보금자리주택지구로 조성하겠다고 처음 발표했을 당시에도 "녹색성장은 껍데기일뿐 또 다른 개발정책에 불과하다"는 환경단체의 비난을 받아야했다.
아무리 좋은 음식이라해도 급하게 먹다보면 체하기 마련이다. 신도시급인 대형도시를 제대로 된 기반시설 정비 없이 뚝딱 만들게 될 경우 또다른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아주경제 정수영 기자 jsy@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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