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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한번 뿌리내린 침입종을 솎아내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침입종은 강한 생명력으로 새로운 환경에 재빨리 적응하기 때문이다. 적응이 수월치 않으면 아예 기존 질서를 뒤엎어 버린다. 굴러 들어온 돌이 박힌 돌을 빼는 격이다. 어찌보면 진정한 혁신 동력이 파괴에서 나온다는 '파괴적 혁신(disruptive innovation)' 이론과 다르지 않다.
미국 경제 전문지 블룸버그비즈니스위크는 최근 침입종을 통해 배울 수 있는 파괴적 혁신 전략을 소개했다.
◇소규모로 시작하라
대부분의 외래 침입종은 소규모로 외국 해안에 상륙한다. 이 중에서도 살아남는 개체는 극소수다. 하지만 이들은 빈약한 자원과 불확실한 환경에서 더 오래 생존할 수 있다. 생존의 기술을 터득할 때까지 경쟁 상대와 육식동물, 기생충의 시야에 들 확률이 그만큼 적기 때문이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규모가 작을 수록 대기업이 간과한 틈새에서 기회를 찾을 수 있다. 경쟁을 피할 수 있는 것은 물론이다.
세계 최대 여성전용 헬스클럽 프랜차이즈인 '커브스(Curves)'가 운영하는 체육관은 93㎡밖에 안 된다. 규모가 작은 만큼 회원수가 250명만 돼도 수익을 낼 수 있다. 기존 헬스클럽이 놓친 소규모 지역에 진출하기 안성맞춤이다.
◇생식주기를 단축하라
생식주기가 짧다는 것도 외래 침입종의 특징 가운데 하나다. 생식주기가 짧아야 고유종과의 경쟁을 피해 에너지를 충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업도 경쟁력을 극대화하려면 경쟁사보다 먼저 소비자들의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어야 한다.
의류 소매업체 자라의 경우 옷을 디자인해서 매장에 내놓는 데까지 걸리는 시간을 대폭 단축했다. 디자인에서 유통까지 걸리는 시간은 업계 평균 6~9개월이지만 자라는 이를 2~4주로 줄였다. 새로 출시한 제품 라인이 매장에 진열되는 기간도 4주에 불과하다. 소비자들이 매장에서 새 옷을 볼 수 있는 기회가 1년에 17번은 되는 셈이다. 업계 평균은 1년에 3번이다.
◇위기를 포용하라
외래 침입종은 급작스럽게 변화된 환경에서 생존의 돌파구를 마련하는 경우가 많다. 대홍수나 화재로 고유종이 사라진 자리에서 새로운 기회를 찾는 것이다. 외래종 잡초는 철로나 도로변 등 척박한 환경에서 생명력을 뽐내기도 한다.
2008년 불거진 금융위기도 경영환경에 일대 변화를 일으켰다. 승승장구하던 대기업들이 하나둘 쓰러지는 사이 빈자리를 후발 주자들이 꿰차고 있는 형국이다. 비즈니스위크는 혁신기업이 되려면 지금처럼 급변하는 경영환경 속에서 새로운 기회를 낚아챌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남이 간과한 자원을 활용하라
고유종은 보통 가장 얻기 쉽고 풍부한 자원을 두고 경쟁을 벌인다. 반면 외래종은 고유종이 거들떠보지 않는 자원을 활용해야 한다. 때론 쓸만한 자원을 찾지 못해 도태하기도 하지만 운이 좋아 적당한 자원을 찾아내면 한동안 경쟁 없이 이를 독차지할 수 있다.
혁신 기업 가운데도 경쟁사가 평가절하한 소비자층과 제품ㆍ서비스에서 기회를 찾아 성공한 경우가 적지 않다. 자동차 렌털 기업인 엔터프라이즈렌터카는 출장용보다 일반용, 공항보다 가정, 일반 기업보다는 보험사에 집중했다. 그 결과 선도업체였던 에이비스와 허츠가 같은 고객을 두고 경쟁을 벌이는 사이 소규모 업체로 출발한 엔터프라이즈는 북미 최대 업체로 도약했다.
이밖에 비즈니스위크는 고유종과 외래종이 섞여 탄생한 '잡종(하이브리드)'처럼 기업 인수합병(M&A)도 양측의 강점이 극대화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시간이 지나면 외래종은 결국 생태계의 일부로 굳혀지지만 기업은 고유종이 되는 순간 다시 새로운 도전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주경제 김신회 기자 raskol@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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