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불거진 금융위기를 계기로 세계 경제구조가 재편되기 시작했다. 그 중에 두드러지는 게 '세계의 공장'으로 불리던 중국과 인도의 선전이다. 중국과 인도는 21세기 글로벌 경제의 새로운 '룰'을 만드는 중심 축으로 급부상했다.
서구에서는 특히 인도 기업에 대한 관심이 과거 어느 때보다 커졌다. 인도 기업은 서양과 동양의 전통을 가장 조화롭게 아우르고 있어 선진국은 물론 신흥시장에 발 빠르게 진입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최근 피터 카펠리, 하버 싱, 지텐드라 싱, 마이클 유심 등 4명의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 교수들이 펴낸 '인도 방식:인도 최고 기업 리더들의 경영혁신법'에 담긴 인도식 경영전략을 소개했다.
이들은 타타, 인포시스, 와이프로, 릴라이언스 등 인도 주요 기업과 중견기업 등을 이끌고 있는 100여명의 임원들과의 인터뷰를 토대로 인도식 경영방식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로 급부상할 가능성이 크다고 평가했다.
6개 민족에 공식 언어만 18개인 인도는 1991년 경제개혁 이후 획기적인 변화를 겪었다. 특히 자유주의적 경제정책을 도입해 '규제왕국(License Raj)'이라는 이미지를 떨쳐내는 데 성공했다.
이런 경제정책은 강한 의지와 창조력을 겸비한 새로운 비즈니스 리더를 양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특히 인도는 새로운 세대의 활약에 힘입어 최근 정보기술(IT) 등 최첨단 기술 분야로 뛰어들어 시장을 선점하고 있다.
인도의 기업 리더들은 부족한 인프라와 제도적 제약 등 척박한 비즈니스 환경을 이겨내고 기업의 성공을 이끌어 왔다.
세계적인 생활용품 제조업체 유니레버의 맨빈더 싱 반가 글로벌 가정 및 개인 생활용품 부문 사장은 "인도의 전문 경영인들은 유동적이고 역동적이면서도 불확실한 비즈니스 환경 속에서 훈련을 받았다"며 "이들은 선진국처럼 안정적인 시장에서 성장한 리더들에 비해 훨씬 통합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제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제한된 자원으로 신속하게 문제를 해결하는 인도인 특유의 '주가드(Jugaad)'식 경영은 세계적인 경제위기를 겪은 리더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와튼스쿨 교수들은 "인도식 경영은 직원들의 전체적인 참여도를 높이고 즉흥적이지만 적용력이 뛰어나며 창의적인 가치를 추구하는 것은 물론 뚜렷한 목표의식과 책임감을 부여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가시적인 성과를 강조하는 것 역시 인도식 경영의 장점으로 꼽혔다. 일례로 소프트웨어 아웃소싱업체인 인포시스는 직원들의 실적을 향상시키기 위해 강제성을 띤 '등급제(ranking system)'를 운영한다.
인재관리법도 주목을 받았다. 인도의 기업들은 인력자원(HR)에 대한 실적 수치를 이용하는 데 있어 미국 기업에 비해 더욱 적극적이며 세밀하다는 평가다.
또 인도 기업들은 최근 기존의 저가공략에서 벗어나 질적 향상을 통해 기업 이미지는 물론 제품 및 서비스의 가치도 높이고 있다.
저자들은 인도 IT업체들의 경우 "처음에는 고객들이 저렴한 가격 때문에 전 세계에서 몰려들었지만 지금은 이들이 제공하는 뛰어난 IT 기술력이 고객들을 끌어모으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들은 "인도식 비즈니스는 다르다"며 "개인적인 목표보다 조직 전체를 위한 소명의식을 중시하며 개인 주주들의 가치보다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는 것이 인도 특유의 비즈니스 모델"이라고 설명했다.
FT는 인도식 비즈니스 모델이 전 세계 어디서나 적용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인도 경영인들이 세계에서 가장 복잡하고 다양한 인도의 문화를 단기간에 효과적으로 조율하는 기술을 터득했기 때문이다. 그런 만큼 다른 문화권의 기업들도 다양성과 복잡성을 고려해 고안된 인도식 비즈니스 모델을 충분히 모방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아주경제 신기림 기자 kirimi99@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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