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7월부터 시작된 통신사 최고경영자(CEO)들의 마케팅 경쟁 자제 약속이 9개월이 지난 이달부터 본격 이행될 것으로 기대된다.
그동안 통신사 CEO들이 과열된 시장을 안정화하기 위해 과도한 마케팅 경쟁을 자제하겠다고 수차례 약속했지만 정작 시장에서는 지켜지지 않았다.
결국 통신업계에서는 처음으로 매출액 대비 마케팅 비용 총액을 제한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최근 방송통신위원회와 통신업계는 출혈 경쟁을 막기 위한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마련했다. 통신 3사는 마케킹 비용이 매출액의 20%를 넘지 않도록 합의했다.
이렇게 마케팅 비용을 제한하기까지 통신사 CEO들은 두차례나 과열 경쟁 자제를 약속했었다.
이석채 KT 회장, 정만원 SK텔레콤 사장, 이상철 통합LG텔레콤 부회장은 지난해 7월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과의 조찬 간담회에서 "과도한 마케팅 경쟁을 지양하고 통신요금을 인하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입을 모았다.
당시 통신사 CEO들이 직접 마케팅 경쟁 자제를 약속했다는 점에서 시장의 안정화가 기대됐으나 가입자 확보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과열 양상은 계속됐다.
오히려 보조금 확대에 따라 번호이동이 증가하고 현금마케팅 등으로 시장이 더욱 혼탁해지기도 했다.
지난해 말에는 KT의 아이폰 도입에 따라 스마트폰은 물론 일반폰에 대한 보조금이 확대되면서 과열된 시장은 좀처럼 식지 않았다.
이에 올 1월 최 위원장과 다시 만난 통신사 CEO들은 재차 마케팅 경쟁을 자제하겠다고 공언했다.
통신사 CEO들은 보조금 확대, 현금마케팅 등 과열 경쟁이 제살 깎아먹기라며 반성하고 과도한 마케팅 경쟁을 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재차 드러낸 것.
하지만 이후에도 통신시장의 마케팅 경쟁은 여전했다. 이에 따라 통신사 CEO들의 약속 불이행에 대한 비난이 쏟아졌다.
결국 방통위와 통신사들은 지난달 5일 '무선인터넷 활성화를 위한 CEO 간담회'에서 마케팅 비용을 매출액의 20% 이하로 제한하는데 합의했다.
올해는 예외적으로 스마트폰 등 고가의 단말기 보급을 감안해 마케팅 비용 제한을 22% 수준으로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방통위는 마케팅 제한을 위반하는 사업자에게 요금인하 등 제재를 가할 방침이다. 또 유선과 무선 매출을 분리한 마케팅 비용 제한을 두고 연령, 성별에 따른 보조금 차별 행위도 금지키로 했다.
아울러 통신 서비스와 관계가 없는 매출에 대해서는 전체 매출에서 제외한 후 마케팅 비용 제한 비율을 적용키로 했다.
통신사별로 유무선 매출 분리, 단말기 매출 포함 여부 등에 대한 이견이 있었으나 방통위의 조율로 큰 문제는 없어 보인다.
이처럼 방통위와 업계가 과도한 마케팅 경쟁을 자제하기 위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하면서 시장 안정화에 대한 기대는 여느 때보다 높아졌다.
이번 마케팅 경쟁 제한을 위한 가이드라인 마련은 성장정체에 빠진 통신업계가 마케팅 비용을 줄이는 대신 서비스 품질 경쟁에 초점을 맞추고 신성장동력에 대한 투자를 늘릴 수 있는 분위기를 형성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또한 소비자들에게 전가되던 마케팅 비용을 줄여 향후 요금인하 등 실질적으로 소비자들에게 혜택이 돌아갈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할 수 있게 됐다는 것도 고무적이다.
아주경제 김영민 기자 mosteven@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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