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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병규 KISA 전문위원실장 공학박사 |
스마트폰을 통한 네트워크 접근성이라는 측면에서 본다면 이는 90년대 초고속정보통신망을 도입한 후 폭발적인 웹 접근이 가능하던 때와 비견할만하다.
당시 이러한 광대역과 고속화를 이용해 웹을 통한 다양한 서비스가 새로이 등장했고 지금은 이러한 서비스를 통해 뱅킹, 쇼핑, 멀티미디어 서비스 등을 이용하는 것이 당연한 일이 됐다. 이제 또 다른 세상이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공급자적인 측면에서 장비(All-IP화) 및 이를 활용하는 콘텐츠의 디지털 컨버전스가 2000년대 중반까지 이뤄졌다면 지금은 사용자 측면에서의 컨버전스가 일어나고 있는 중이다.
지금까지 네트워크에 접근하는 것이 전혀 어려운 일은 아니었음에도 무엇이 이렇게 다른 세상을 펼치게 만들었을까.
그것은 무선 인터넷을 이용하는 스마트폰을 통해 가정에서 네트워크 접속구간이 약 10m 정도 늘어난 것이 우리의 소비 성향, 생활 양태 등을 바꿀 수 있는 상황으로 변한 것이다.
그 거리는 물리적 10m를 넘어서 외부세계와의 접속창구가 됐다. 기존 거실 또는 서재에 있는 컴퓨터에서 어느새 침대까지 네트워크가 연장됐다. 아침에 일어나 처음 대하는 것이 스마트폰을 이용한 외부 세계와의 접속이고 자기 직전에 마지막 대하는 것 또한 스마트폰을 이용한 외부 세계와의 접속이 돼 버렸다.
스마트한 세계가 10m 앞에 있었음에도 오히려 이러한 세상이 일찍 오지 않은 것이 이상할 정도다. 10m 너머의 스마트한 세상이 스마트폰이란 새로운 단말기의 휴대성과 네트워크가 결합돼 이제 각 개인 바로 옆에 펼쳐진 것이다.
복지수준을 이야기할 때 인용했던 ‘요람에서 무덤까지’를 이젠 스마트한 세상을 표현하는 말로 사용해도 손색이 없다.
이러한 일이 가능하게 된 가장 중요한 이유는 스마트폰이 가장 개인화한 정보 플랫폼으로 작동하기 때문이다. 네트워크를 통해 바깥 세계의 모든 정보와 연결된 수첩을 누가 마다하겠는가.
가정뿐 아니라 거리 및 건물 곳곳에 펼쳐진 AP(Access Point) 또한 10m의 스마트한 세계에 일조를 하게 됐다. 처음 가보는 도시의 버스 정류장에서 버스의 도착시간을 미리 검색할 수 있다. 또 거리에서 증강현실을 통해 개인이 받을 수 있는 최대의 서비스를 검색하는 등 세상은 더욱 드라마틱하게 다가오고 있는 중이다.
이러한 시점에서 문제가 될 수 있는 것은 스마트한 세계에 비례해 역기능 또한 스마트화할 것이란 점이다.
첫 번째 환경적인 측면에서 살펴보자. 기존에는 학교 수업 중 휴대폰으로 메시지를 보내는 정도에 그쳤다. 그러나 이젠 스마트폰을 이용해 인터넷 서핑, 블로깅, 트윗팅, 게임 등 더욱 다양한 서비스에 몰두하는 것이 더이상 어색한 일이 아니게 됐다.
옛날 고등학교 시절 라디오를 틀어 놓고 공부를 하다 집중력이 떨어진다고 어머니께 혼난 경험을 누구나 갖고있다. 앞으로는 학교 강의실 내에 온갖 잡지, 쇼핑몰, 드라마, 전화기, 오락기 등을 들여놓고 수업하는 것과 마찬가지인 상황이 온다.
두 번째는 중독성이다. 미국 스탠퍼드대 조사에 따르면 애플 아이폰 이용자 2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 중 10%가 아이폰에 ‘완전 중독돼 있다’고 했고, 35%는 ‘제법 중독돼 있다’고 답했다. 응답자의 75%는 잠자리에서조차 아이폰을 갖고 들어가고, 69%는 지갑보다 아이폰을 더 챙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스마트폰이 필수불가결한 문명의 이기를 넘어 스마트폰 중독 현상을 불러온다고 볼 수 있다.
세 번째는 접근성에서 살펴보자. 단말기 및 통신비 문제, 새로운 서비스에 대한 거리감 또는 사용방법의 어려움에 따라 정보접근과 활용 측면에서 부익부 빈익빈을 초래해 새로운 형태의 디지털 격차(Digital Divide)가 등장할 가능성이 크다.
네 번째는 보안면이다. 기존 전화, 컴퓨터 등 단말기 중심의 업무를 수행할 때는 보안 위협도 분산됐지만 지금은 스마트폰으로 집중돼 그 위협조차 집중되는 효과를 가지고 있다. 따라서 스마트폰을 분실한다고 가정해보자. 이메일이나 개인정보관리시스템(PIMS)에 저장된 개인정보 뿐 아니라 위치기반서비스에서 파생된 개인의 행동양태 등 질적인 측면에서도 기존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큰 피해가 예상된다.
하지만 역기능이 스마트하게 변한다고 해서 이같은 스마트한 세계를 버릴 수는 없다. 모바일 환경은 이제 출발점에 서 있기 때문에 설계 단계부터 문제점이 나타나기 전에 정책적, 법ㆍ제도적, 기술적인 측면을 고려해야 할 것이다.
이를 통해 우리는 그에 걸맞는 스마트한 문화를 만들면서 새로운 세계로 나아갈 준비를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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