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 '선거의 여인'과 '선거의 사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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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0-04-05 1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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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의 여인 박근혜 능가하는 카리스마

재보선 연승으로 정계복귀 기반 탄탄히 다져

한국 정치권에는 선거의 여인이라 불리는 인물이 있다.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다. 그는 지난 2004년 탄핵 역풍이 정치권을 강타했던 17대 총선 당시 천막당사를 거점으로 맹활약, 존폐 위기에 처한 한나라당을 구했다. 한나라당은 당초 50∼60석에 머물 것이란 예상을 깨고 개헌저지선을 훌쩍 넘는 121석을 차지해 건제 야당으로 발돋움했다.

박 전 대표의 ‘마술’은 2006년 5∙31 지방선거에도 이어졌다. 선거를 11일 앞두고 박 전 대표는 면도칼 테러를 당하면서 이른바 ‘박풍’이 불었고 수술대에서 깨어난 그는 “대전은요”라고 백중세로 꼽히던 대전 판세를 물었다. 그 결과 동정표가 쏠려 대전에는 한나라당의 승전기가 꽂혔다.

하지만 박 전 대표는 이명박 정부 출범 후 선거에 나서지 않고 있다. ‘선거의 여인’ 시대가 옛 추억의 노래가 될 판이다.

그 사이 ‘선거의 사나이’ 시대가 열렸다. 그 주인공은 민주당 손학규 전 대표다. 2008년 18대 총선 당시 개혁공천의 일환으로 ‘지도부 차출론’에 응하면서 정치 1번지 종로에 출마했다. 결과는 낙마였다. 6개월 전 여권 대선 후보 경선에 나섰다가 ‘한나라당 철새론’ 등에 휩싸이면서 패배했던 악몽이 재현된 대목이다.

이후 손 전 대표는 민주당의 당 대표직을 유지하다가 그해 7∙6 전당대회를 계기로 물러나 춘천에 칩거했다. 이 기간 손 전 지사는 재보선마다 당 중추로 선거지원을 도맡아 모두 승리했다. ‘선거의 사나이’라는 별칭이 생긴 이유다.

지난해 4·29 재·보선 때 수도권 최대 격전지 인천 부평을과 시흥시장 선거에 구원투수로 긴급 투입돼 승리를 견인했다. 이어 10∙28 재보선에는 수원 장안에 불출마를 선언하고 후배인 이찬열 후보의 선대위원장을 맡아 그를 당선시켰다. 선거 초반 한나라당 박찬숙 후보에게 20% 가까이 뒤졌던 판세를 뒤집고 역전승을 일궈낸 것. 그는 후배에게 원내 진출을 양보하고 이를 지원한 의리 있는 정치인이란 이미지를 부각시켰다.

이제 6월 지방선거가 두달여 앞으로 다가온 시점에서 손 전 대표의 정계 복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손 전 대표 측근 인사들은 최근 회동을 통해 조기 복귀가 필요하다는 쪽으로 의견을 모아 손 전 대표에게 건의했으며, 손 전 대표도 이에 공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손 전 대표는 내주중 기자회견을 갖고 정계 복귀를 공식 선언할 것으로 예상된다. 당초 손 전 대표는 5월 중 당의 공식 요청을 받아 선거지원에 나서면서 정계에 복귀하려고 계획했다.

하지만 정세균 대표 등 당권파의 공천 작업에 대한 견제를 위해 조기 복귀로 가닥을 잡았다는 후문이다. 성사되지는 못했지만 최근 야권의 연합공천 협상에서 민주당이 제야당에 공천을 양보하려 했던 기초단체들 중 대다수가 지난 대선 후보 경선시 손 전 대표를 도왔던 인사들이 지역위원장으로 포진 한 곳이다.

민주당, 민주노동당 등 제야당이 오는 15일까지 선거연대 협상을 매듭짓겠다고 한 것도 손 전 대표의 정계 복귀를 앞당기게 했다는 인식이 우세하다. 그의 복귀로 ‘정세균-손학규-정동영’의 공천권을 둘러싼 신경전은 더욱 불붙을 전망이다. 

아주경제 송정훈 기자 songhddn@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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