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기업 '조용한 퇴진'은 옛말"

  • 노조에 전 후지쯔 사장-후지쯔 이사회 갈등 증폭

   
 
노조에 구니아키 전 후지쯔 사장
일본 전자회사 후지쯔의 노조에 구니아키(野副州旦) 전 사장과 이사회의 갈등이 불거지면서 일본 기업계에 '필름누아르'가 펼쳐지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7일 노조에 전 사장의 퇴임을 둘러싼 갈등을 집중 조명하며 일본 기업문화에서 '조용한 퇴진'이라는 전통이 사그라들고 있다고 보도했다.

후지쯔는 지난해 9월 당시 사장이었던 노조에가 건강상의 이유로 사퇴한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올 초 노조에는 자신이 부당하게 해직됐다며 복직을 요구하고 나서 후지쯔 이사회와 갈등을 빚기 시작했다.

후지쯔 이사회는 그의 복직 요구를 무시하고 고문직을 박탈하는 한편 그가 "명망 없는 기업들과 부적절한 관계를 맺어왔기 때문"에 사퇴했다고 말을 바꿨다.

사퇴 이유가 정정되자 도쿄증권거래소는 후지쯔가 고의로 투자결정에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노조에 전 사장의 퇴임과 관련해 공시를 위반했는지 조사에 나서기도 했다.

일본 마이니치신문은 이날 노조에가 후지쯔에 퇴임 철폐를 요구하며 임원들을 상대로 수억엔 규모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이에 대해 후지쯔는 아직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WSJ는 일본 경영진들은 회사에서 명예롭지 않게 쫓겨날 때조차 조용히 떠나는 게 일반적이라며 노조에의 행동은 일본 사회에 충격을 주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일본 기업가에서는 종신 고용의 마지막 순간까지 회사에 대한 충성심을 보여주는 게 관례였다.

노조에는 WSJ와의 인터뷰에서 "회사의 개혁을 밀어붙이다가 쫓겨났다"고 주장했다. 그는 "한 순간에 너무 많은 변화를 만들었다"며 "그것이 아마 내부에서 어떤 저항을 불러일으킨 것 같다"고 덧붙였다.

2008년 6월 사장에 취임한 노조에는 위기에 빠진 회사의 경영을 정상화하고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강력한 구조조정을 추진했다. 하지만 급진적인 개혁은 결국 기존 경영진과 마찰을 빚는 등 내부 반발을 키우고 말았다.

WSJ는 일본 기업들이 호황을 누리던 시절에는 적자사업도 유지했지만 이제는 그럴 형편이 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자동차와 소비자 가전에 이르기까지 중국과 한국의 새 경쟁자들은 물론 미국과 유럽의 구조조정에 성공한 옛 경쟁자들로부터도 공격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일본 기업들은 시장의 지배력을 점차 잃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노조에 전 사장으로서는 변화하는 시장에 맞춰 기업 혁신이 절박했지만 과도한 그의 개혁 조치들이 내부 반발에 부딪히면서 물러나게 됐다고 WSJ는 풀이했다.

아주경제 신기림 기자 kirimi99@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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