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김영배 기자) 철근 등 건축자재 가격 오름세가 심상치 않다. 분양시장 침체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위기의 건설업계로서는 철근값 인상이 설상가상일 수 밖에 없다.
철근값 인상은 분양가 상승으로 연결돼 침체된 분양시장을 더욱 힘들게 할 뿐만 아니라 채산성을 악화시키기 때문이다.
또 시차를 두고 가구와 주방기기, 인테리어 등 관련 제품 가격 인상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시간이 지날수록 건설사의 원가부담도 커질 수 밖에 없다. 이른바 '아이언플레이션' 후폭풍에 건설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8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제철, 동국제강 등 제강사들이 올 들어 두차례나 철강 가격을 인상하면서 미분양으로 인해 벼랑길에 몰린 건설업계가 공사 원가 상승에 따른 대책 마련에 골몰하고 있다.
현대제철은 철근(고장력 10mm 기준) 가격을 t당 74만1000원에서 79만1000원으로 올리는 등 철근값을 t당 5만원(6.75%) 인상키로 했다. 연초 인상 폭도 t당 5만원이었다. 지난해 말과 비교하면 t당 69만1000원에서 79만1000원으로 14.5%를 올린 셈이다.
철근 제강업계는 올해 철근값의 인상 통지가 국내 철근 수요 감소를 감안한 최소치라고 밝힌다. 나아가 국제 고철값이 상승세인 만큼 추가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건설업계는 인상된 철근값을 분양가에 반영할 경우 위축된 분양시장이 더 침체될 것으로 우려, 제강사의 일방적인 철근값 인상을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철근값이 14% 정도 오를 경우 85㎡의 아파트 건축비는 2.7% 상승될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철근류가 공사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4% 정도라는 추정에 근거한 상승폭이다.
건설업계는 올들어 두차례 철근값 인상을 아파트 현장에 적용할 경우 전용면적 85㎡ 아파트 한채를 짓기 위해 필요한 철근 비용은 166만원이 더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인상 요인이 있다고 해도 4개월 만에 두번에 걸쳐 큰 폭으로 올리면 건설사 입장에서는 원가부담이 상당할 수밖에 없다"며 "그렇다고 분양가에 이를 전가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라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건설사들은 제강사와 협상을 시도하고 있지만 여의치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제강사들이 공급 중단이라는 무기까지 꺼내들고 나온 마당에 협상은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강한 불만을 토로했다.
하지만 뚜렷한 대안이 없다는 점에서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또 다른 건설사 관계자는 "제강사들이 고시한 가격을 쉽게 받아들일 수 없는 형편이지만 마땅한 대안이 없는 것도 문제"라며 "급한 대로 현장에서 제품 로스율을 최대한 낮추는 등 마른 수건 쥐어짜듯 원가관리에 목을 매야 할 상황"이라고 어려움을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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