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상가상(雪上加霜). 요즘 건설사들의 처지다. 수도권에서도 분양을 장담하지 못할 정도로 시장 환경이 악화된 상황에서 철강 가격 인상은 원가관리에 큰 부담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제철 등 제강사들은 국제 고철가격 뿐만 아니라 국내 고철가격도 급등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인상폭은 수요자 입장을 고려해서 예상보다 낮춘 것이라는 입장이다. 톤당 10만원 정도의 인상 요인이 있지만 5만원만 올리고 나머지는 자체적인 원가 절감 등을 통해 흡수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건설사는 이 같은 인상폭을 받아 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건설사 자재 담당자들의 모임인 건설자재직협의회(건자회)는 공급중단 카드까지 꺼내든 제강사의 입장은 일방적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건자회 소속의 한 관계자는 "지난 2월 철근값 인상 당시에도 이를 인정할 수 없고 3월달 3만원(톤당)을 제시했다"며 "제강사들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2월 5만원을 인상하고 2개월 만에 다시 5만원을 올린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또 "공급중단을 무기로 가격을 수용하라는 것은 더더욱 받아들일 수 없다"며 "공급중단까지 밝힌 상황에서 협상은 어렵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건설사 가운데는 2월 지급해야할 금액 결제를 미루거나 3월분 계산서 수취를 거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맞서 제강사는 조정된 가격을 수용하지 않거나 계산서 접수를 거부할 경우에는 철근 공급을 중단하겠다는 입장을 건설사에 전달했고 실제 일부 건설사에는 공급중단을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건설사 한 관계자는 "고철값이 오르기는 했지만 아직 공급이 충분하고 수요가 없는 상황에서 이번 인상폭은 쉽게 이해가 안된다"며 불만을 표했다.
가격 인상을 놓고 제강사와의 미묘한 갈등 양상까지 나타나고 있지만 마땅한 대안이 없다는 것이 고민거리다.
또 다른 건설사 관계자는 "중국산 제품 등 해외수입 방안도 검토해 봤지만 실효성이 떨어져 포기했다"며 "지금으로선 원가절감 방법 밖에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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