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인터넷뉴스팀 기자) 베트남 수도 하노이에서 9일 폐막한 제16차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정상회의의 핵심은 '출구전략' 가시화와 미얀마에 대한 공정선거 촉구 두 가지로 압축될 수 있다.
참석 정상들은 8~9일 이틀간 열린 이번 회의에서 글로벌 경제위기에 따라 지난 2년 동안 회원국들이 추진해온 경기부양책을 단계적으로 회수하자는 것을 핵심으로 하는 출구전략의 필요성에 대해 인식을 같이했다.
이런 인식은 폐막 직후 채택한 공동성명에서 엿볼 수 있다. 정상들은 공동성명에서 "(각국 정부가 그동안 내놓은) 재정.통화정책을 회수하는 방안을 논의하기 시작할 필요가 있다고 확신한다"고 밝혔다.
또 "지속적인 경기 회복과 발전을 보장하려면 적절한 시기에 효율적으로 그렇게 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확신한다"고 했다.
이는 2008년 글로벌 경제위기 이후 재정.통화 확대정책을 통한 경기부양책을 펴온 회원국들이 조만간 이 정책을 회수해도 경기회복세에 큰 지장이 초래되지 않을 것이라는 자신감을 표시한 것으로 해석된다.
다시 말해 시장환경이 개선되고 지역경제가 회복되는 조짐을 보이면서 아세안 각국 정부가 기존의 확대정책을 재고해야 한다는 데 인식을 공유했다는 얘기다.
다만 정상들은 경기회복세가 분명해질 때까지는 기존의 재정.통화정책을 유지하면서 서서히 확대정책을 축소하는 방안을 준비해야 한다고 했다. 당장 전폭적인 출구전략을 사용하기에는 이르다는 인식인 셈이다.
기후변화 문제에 대해서도 정상들은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법적으로 구속력을 수반한 범세계적인 기후변화협약이 필요하다고 지적한 뒤 아세안 회원국들에 대한 선진국들의 기후변화 대응 지원금이 확대돼야 한다는 데 한목소리를 냈다.
정상들은 또 2015년까지 인구 6억명을 거느린 아세안공동체(AEC)를 출범시키기 위해 실행계획(action plans)을 구체화하자는 데도 동감을 표시했다.
미얀마 문제는 시종일관 큰 관심사로 주목을 받았다. 참석 정상들은 1990년 이후 처음으로 올해 실시되는 미얀마 총선과 관련, 모든 야당이 참여하는 공정한 선거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회의 의장국인 베트남의 응웬 떤 중 총리는 "이번 선거는 공정하고 민주적이고 모든 정당의 참석 하에 실시돼야 한다"면서 "이것만이 미얀마의 안정과 발전의 계기가 될 것"이라고 역설했다.
중 총리는 또 최근 미얀마 방문에서 집권 군사정권에 회원국들의 이런 의견을 전달했음을 밝혔다.
정상들은 또 미국.러시아와의 관계 확대 방안을 논의했으며 오는 10월 미.러 정상을 초청하는 방안도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번 정상회의는 한계도 노출했다.
무엇보다 AEC 출범을 앞두고 회원국 간의 현저한 경제적 격차와 상이한 국가 이해관계 등 아세안 통합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는 요소들에 대한 설득력 있는 해결책을 마련하는 데 실패했다.
결국 '구상에서 행동으로'(From Vision to Action)라는 이번 회의의 슬로건은 단지 슬로건에 그쳤을 뿐, 아세안 통합까지는 여전히 험로(險路)가 많다는 점을 보여줬다는 것이 이번 회의를 지켜본 외교 관측통들의 일반적인 평가다. /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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