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 한국 3D TV, 연막작전으로 日 앞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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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0-04-13 1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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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이하늘 기자) “3D TV는 콘텐츠도 부족하고 아직 멀었습니다. 삼성전자는 3D TV를 준비하고 있지만 아직 상용화는 계획하고 있지 않습니다.”

지난해 9월 삼성전자의 TV사업을 이끌고 있는 윤부근 영상사업부 사장은 독일 가전 전시회 IFA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렇게 밝혔다. 지난해 삼성전자에 LED TV 시장을 빼앗긴 일본 업체들은 절치부심하며 3D TV 개발에 뛰어들었다. 그 결과 IFA 전시회장에서 일본 업체들은 전시장 곳곳에 3D 관련 기술을 선보었다.
 
반면 국내 기업들은 이미 반년 전 출시된 LED TV와 얇은 두께를 앞세웠다. 3D TV는 뒷전이었다. 때문에 일본이 반격을 준비하는 동안 국내 업체가 제자리걸음만 반복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하지만 지난 1월 세계 최대 가전전시회인 CES에서 삼성전자가 깜짝 발표에 나섰다. 무심한 듯 보였던 3D TV를 앞세운 것. 특히 삼성전자는 전용 안경 하나로 9대의 3D TV 화면을 동시에 감상할 수 있는 ‘멀티큐브’ 기술을 선보였다. 아울러 올 한해에만 3D TV 200만대 이상을 판매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4개월만에 독보적인 3D TV 기술과 파격적인 판매 목표를 세운 것.
 
실제로 삼성전자는 5년 전부터 3D TV 기술 주도권을 강화하기 위해 역량을 집중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의 한 연구원은 “삼성은 길게는 5년 전부터 3D TV 기술 개발 인력을 확충했다”며 “2년 전 부터는 본격적인 상용화를 위해 LED TV에 버금가는 인력과 자본을 투자했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가 이같은 연막작전을 펼치기 시작한 것은 4년 전 TV 시장 1위에 오르면서부터다. 과거 삼성 TV는 소니 등 일본 선진 업체가 이미 형성한 시장에 빠르게 편입하는 ‘스마트 팔로워’(똑똑한 추격자)의 모습을 보여왔다.
 
하지만 수년 전부터 시장을 먼저 형성하고 이를 토대로 업계를 주도하는 ‘스마트 파이오니어’(현명한 개척자)로 변신했다. 아울러 해외 업체들의 추격이 시작했다. 이들은 삼성전자의 새로운 제품과 기술을 분석했다. 가격 정책, 마케팅 기법에 이르기 까지 삼성전자의 일거수일투족은 경쟁사들의 정보수집 대상이 됐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삼성전자는 제품 기술은 물론 생산 일정까지 일급보안으로 삼았다. 경쟁사들의 삼성전자 따라잡기를 방지하기 위해서다. 이러한 삼성전자의 노력은 최근 다시 빛을 발하고 있다.
 
지난 2월 25일 삼성전자는 업계 최초로 풀HD 3D LED TV를 선보였다. 아울러 출시 6주만에 1만대 판매에 성공했다. 지난해 LED TV의 초기 성적에 버금가는 수준이다. 최대 경쟁사인 소니가 6월 10일에야 3D TV 상용화에 나서는 것을 감안하면 LED TV에 이어 3D TV 시장에서도 주도권을 장악한 것.
 
LG전자 역시 지난달 25일 3D LED TV를 출시했다. 지난해 LED TV 시장에서 1위와의 양산시기 격차도 줄였다. 3D TV 기술에 대한 전폭적인 투자가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다.
 
삼성과 LG는 지난해 TV 시장에서 1위와 2위를 차지했다. 시장 리더로써 후발주자들의 추격을 따돌리기 위한 책략이 필요했다. 그리고 최근 이들 국내 기업의 전략은 성공적인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기업들은 해외 경쟁사들의 추격을 뿌리치기 위해 기술개발 과정은 물론 양산시기·가격책정·마케팅전술 등 다양한 분야에서 연막을 펼치고 있다”며 “이는 과거 국내기업들이 일본기업을 빠르게 추격했던 전례를 허용하지 않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ehn@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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