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이하늘, 김종원 기자) 지구온난화에 따른 기후변화 방지와 자국의 환경보호를 앞세운 녹색 보호무역주의가 전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녹색무역조치는 현재까지 국제무역기구(WTO) 제소로까지 이어지지 않고 있지만 관세장벽 등 직접적인 보호무역조치에 비해 그 효과가 뒤지지 않기 때문에 각국 정부가 지속적으로 활용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각 산업별로 그 영향이 크게 갈리는 만큼 녹색무역장벽에 대응하는 자세는 세분화될 필요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 녹색무역조치 확산
WTO의 무역기술장벽(TBT)위원회가 각 회원국들로부터 제공받은 기술규제 제·개정 건수는 2004년 641건에서 2009년 1495건으로 5년간 2배 이상 증가했다.
TBT 통보문 중에서 환경보호나 에너지절약과 같은 녹색관련 문건 역시 같은 기간 99건에서 269건으로 2.2배 증가했다.
특히 우리나라의 주요 수출 대상국인 미국, 유럽연합(EU) 등 선진국의 기술규제의 규제 건수는 많지 않은 반면 녹색관련 규제 비중이 각각 37.3%, 42.4%에 달했다.
중국 역시 풍력 태양열 발전 사업에서 국산 설비 의무비율을 70~80%로 설정하고, 기술장벽이 높아지는 EU를 벤치마킹하며 녹색관련 규제 비중을 점차 높이고 있다.
◇ 화학, 자동차 수출 악영향
주요수출 대상국의 녹색무역조치로 인해 가장 큰 타격을 입는 부문은 화학산업과 자동차 산업이다.
화학산업의 경우 선진국과 개도국 모두 유해화학물질 관리를 위한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지난 2007년 우리 정부가 실시한 EU 신화학물질관리제도(REACH) 도입에 따라 국내 산업계는 연간 587억~726억원의 직접 비용이 소요되는 것으로 조사된 바 있다.
특히 우리나라 화학제품은 EU의 경쟁력이 취약해 가격 상승 요인이 조금만 발생해도 큰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중국 역시 최근에 연구, 제조, 수입, 가공, 사용되는 물품에 포함된 모든 신규화학물질을 의무적으로 신고·등록하도록 하며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자동차 산업의 경우, 우리나라의 연비규제는 17.0km/ℓ로, 일본 16.8km/ℓ, 미국 15km/ℓ보다 약하다. EU는 별도의 연비규제가 없지만 2012년부터 이산화탄소 배출량 130g/km을 기준으로 차량 중량별로 차등 규제할 예정이다.
특히 우리나라 자동차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45%에 달하는 미국과 EU 시장에서의 영향이 매우 크다.
특히 EU 시장에서는 이산화탄소 배출저감 관련 기술 적용에 따라 제품 가격이 올라갈 것으로 예상돼 수출 경쟁력에 불리하다.
다만 미국의 연비규제가 강화되더라도 국내 자동차의 평균 연비가 일본 제품과 대등하거나 일부 차종은 친환경차 선두그룹을 차지해 우리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예정이다.
◇ 철강, 전기·전자, 반도체·디스플레이, 그린에너지 영향 미비
자동차와 화학산업 외에는 대부분 녹색규제조치 강화에 따른 국내 타격이 미미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전기·전자 제품의 경우, 국내산 제품이 에너지 효율이 주요 경쟁국에 비해 가장 높게 평가돼 에너지 고효율 제품 사용 의무화 조치는 우리에게 유리하게 작용한다.
EU와 미국 등은 냉장고, TV, 전기모터 등에 친환경설계지침 요건을 강화하거나 시간당 전력소비량 규격을 강화했고, 중국, 인도, 브라질, 멕시코 등 코펜하겐 합의문 서명으로 인해 온실가스 감축노력이 가시화될 전망이다.
반도체·디스플레이 산업은 국내업계가 지난 1997년부터 저전력 시설 구축, 과불화탄소(PFCs) 처리기술 개발 및 적용 등 온실가스 감축활동을 벌여온 결과 선진국 수준의 감축기술을 확보하거나 LED 조명, DDR3 등 그린반도체 수요 증가가 예상된다.
신재생에너지, 수소·연료전지 등의 그린에너지 산업은 세계 각국에서 보조금 지원이나 금융·세제 혜택 등을 제공하면서 간접보호무역조치가 확대되고 있지만 국내 그린에너지 산업의 세계 시장 점유율이 0~1.1%에 불과해 수출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고 있다.
철강산업 역시 주로 직접 관세인상 등 무역규제가 도입되고 있어 녹색무역조치로 인한 영향은 미미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여기에 기후변화와 관련된 국내 철강산업의 조업기술이 세계 최고 수준이어서 수출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으로 예상된다.
장현숙 무역협회 수석연구원은 "산업별 위험요인과 기회요인이 다양한 만큼 정부의 지원수단을 차별화해야 하며, 기업에게 비즈니스의 확실성을 보여준느 일관된 정책 마련이 중요하다"며 "양자협의나 WTO 분쟁해결제도를 통해 통상마찰을 대응하는 동시에 국내기술을 국제표준화하기 위한 사전적 대응 노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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