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김신회 기자) 미국 소비자들이 지갑을 열기 시작하면서 대형 생활용품 메이커들이 대대적인 광고전에 돌입할 태세다. 하지만 경기침체 속에 저가제품에 익숙해진 소비자들이 고가 제품으로 눈을 돌리게 될 지는 미지수다.
12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주요 생활용품업체들은 올해 미국에서만 매출의 9.7%를 광고비에 투입할 예정이다. 지난해에 비해 1.1%포인트 늘어난 수치다. 세계 최대 광고주인 프록터앤드갬블(P&G)은 올해 광고 예산을 지난해에 비해 20% 늘릴 계획이고 콜로록스, 킴벌리클라크, 콜게이트파몰리브는 각각 2%, 24%, 86% 증액할 예정이다.
주요 생활용품업체 美 광고비(2010년은 전망치·백만 달러) [출처:샌포드번스타인=WSJ] |
생활용품업체들이 광고비를 대폭 늘리기로 한 건 모처럼 찾아온 호기를 놓치지 않기 위해서다. 지난 주말 국제쇼핑센터위원회(ICSC)가 밝힌 3월 소매업계 매출은 전월 대비 9.1% 증가, 10년만에 최대폭 늘었다.
문제는 생활용품업계가 소비증가에 따른 직접적인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 소비자들은 외식과 의류 등에 대해서는 과거보다 강한 소비욕구를 드러내고 있지만 생활용품은 현재 쓰고 있는 제품에 만족하고 있기 때문이다.
생활용품 전문 컨설팅업체인 컨슈머엣지리서치의 빌 페코리엘로 최고경영자(CEO)는 "고가의 브랜드 제품을 선호하던 소비자들은 경기침체로 저가 제품을 선택하기 시작했고 가격에 비해 좋은 품질에 만족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투자분석회사 샌포드번스타인에 따르면 지난달 20일까지 4주간 미국의 생활용품 매출은 한 해 전보다 0.2% 증가하는 데 그쳤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자체상표(PL) 제품만 보면 매출이 5.4% 늘었다.
때문에 빅브랜드 업체들은 잃어버린 고객을 되찾기 위해 품질을 개선한 신제품을 선보이며 광고를 통해 대대적인 홍보에 나설 방침이다. P&G의 경우 이미 지난 1월 1년 전보다 6.3% 많은 2억2000만 달러의 광고예산을 집행했다. 올해는 지난해보다 30% 더 많은 '혁신 제품'을 선보이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이에 대해 로버트 맥도널드 최고경영자(CEO)는 자신의 30년 경력 가운데 최고의 역작이 될 것이라고 장담하고 있다.
이언 쿡 콜게이트 CEO 역시 지난 2월 애널리스트를 상대로 한 콘퍼런스에서 "올해도 매출 증가세를 감안해 광고예산을 증액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댄 하인리히 최고재무책임자(CFO)도 "광고예산을 늘리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킴벌리클라크도 마찬가지다. 토니 팔머 최고마케팅책임자(CMO)는 지난달 코텍스와 크리넥스, 코토넬 등의 브랜드가 선보인 신제품을 거론하며 "제품 혁신에 나서고 있는 만큼 올해 마케팅 예산도 눈에 띄게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 회사는 오는 2015년까지 매출을 뛰어넘는 광고 증가세를 유지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시장에서는 생활용품 메이커들의 광고비 증액 결과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시장 점유율보다 광고 점유율이 높아지면 시장 점유율이 늘어난다는 기존 이론을 확인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알리 디바지 샌포드번스타인 애널리스트는 지난 16분기 동안 50% 이상의 광고 점유율을 기록한 브랜드는 시장 점유율을 유지하거나 64%까지 점유율을 높일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일부 시장 전문가들은 소비자의 마음을 얻기 위해 필요한 것은 광고가 아니라 소비자 가치를 높이는 일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미국 마케팅 컨설팅업체 포트노이그룹의 엘리 포트노이 최고브랜드전략가는 "지난 수년간 제품 가격이 구매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했다"며 "중요한 것은 저가 제품을 쓰던 소비자가 같은 종류의 제품을 사기 위해 더 많은 돈을 지불할 경우 얼마나 큰 가치를 얻을 수 있는지 납득시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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