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김신회 기자) 위안화 환율 문제가 집중 논의될 전망이었던 미국과 중국의 정상회담이 원론적인 입장만 확인한 채 마무리됐다. 정상회담에 앞서 중국이 잇따라 발표한 경제지표가 위안화 절상을 주장해온 미국의 논리를 뒤흔들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12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은 핵안보정상회의가 열린 워싱턴DC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위안화 문제를 논의했다.
이에 대해 후 주석은 "환율 조정은 중국의 경제와 사회 발전에 필요하다는 판단에 기초해야 한다"며 "환율을 조정할 때 외부 압력에 굴복하지 않겠다"고 맞섰다.
양측의 입장이 팽팽하게 엇갈리고 있는 듯 하지만 좀 더 여유로운 건 중국 쪽이다. 외환보유고 증가세가 둔화되고 무역수지가 악화되는 등 중국이 위안화 가치를 의도적으로 낮추고 있다는 미국 측 주장의 근거들이 힘을 잃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인민은행은 이날 정상회담에 앞서 지난 1분기 중국의 외환보유액(2조4470억 달러)이 479억 달러 늘었다고 밝혔다. 지난해 4분기 1265억 달러 늘어난 데 비하면 증가세가 40% 가까이 둔화됐다.
앞서 중국 해관총서는 지난 주말 중국의 지난달 무역수지가 72억4000만 달러 적자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2004년 4월 이후 첫 적자다. 외환보유액 증가세가 더뎌진 것 역시 1분기 수출이 전년 동기 대비 77% 줄었기 때문이다.
타오둥 크레딧스위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이날 파이낸셜타임스(FT) 에서 "일련의 지표로 인해 위안화 환율이 국제 무역 불균형과 무관하다는 중국의 주장이 설득력을 얻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미 의회에서 이와 관련한 논의가 분분해지면 오히려 미 정부에 부담으로 작용해 중국에 대한 압박 수위가 높아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중국이 시간을 벌면서 적절한 위안화 절상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다는 관측도 적지 않다. 중국 전문가인 케네스 리버설 브루킹스연구소 선임연구원은 "후 주석은 현재의 위안화 환율이 적절하다고 말할 수도 있었지만 필요할 경우 위안화 절상도 가능하다는 여지를 남겨뒀다"며 "이는 조만간 환율 조정에 나설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라고 말했다.
블룸버그는 이날 전문가 설문조사를 통해 중국이 인플레 압력을 해소하기 위해 오는 6월 말께 위안화 절상에 나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체 응답자 19명 가운데 12명은 인민은행이 2분기 안에 위안화를 절상할 것이라고 내다봤고 5명은 9월 말, 2명은 연말께 절상이 이뤄질 것으로 점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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