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도 마. 하루라도 빨리 끝나야지, OS(건설사에서 고용한 홍보요원) 때문에 살 수가 없어. (노인정을 가리키며) 저것 봐. 저기가 아지트야. 아침 10시부터... 찾아다닐 것도 없어. 그냥 저기 있으면 다 보여." (아파트 입주민 A씨)
재건축 사업 시공사 선정이 가까워지면서 둔촌주공아파트에서는 건설사에서 나온 수주 영업담당자들과 건설사에서 고용한 아웃소싱 인력(일명 OS요원)을 쉽게 목격 할 수 있다.
둔촌주공아파트는 5930가구를 헐어내고 9000가구를 새로 짓는 사업장이다. 왠만한 자체사업 규모보다도 큰 3000여 가구가 일반분양될 예정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건설사들의 눈치작전과 조합원 표심잡기는 나날이 치열해지고 있다. 여기에 당초 5월 초로 예정돼 있던 시공사 선정 총회까지 연기되자 시공사들은 구애작전을 펼칠 시간을 더 벌게됐다.
업계 관계자는 "단지 당 100억원이 넘는 영업비가 책정될 정도로 대형 사업장인 데다 최근 공공공사 발주가 줄어들면서 대형사들이 리스크가 적으면서도 규모가 큰 재건축 사업에 너도 나도 목을 메고 있다"며 "사업을 수주하는 데 유리한 조건이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건설사라면 언제든지 손을 잡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16일 점심시간이 끝나갈 무렵 단지 앞 중앙상가는 말끔한 검은색 수트 차림의 OS요원들로 북적이기 시작했다. 그들은 삼삼오오 모여 상가 앞 주차장에서 이야기를 나누다 뿔뿔이 흩어지곤 했다.
입주민들은 "각 사별로 100여명이 넘는 영업사원들이 단지를 휘젓고 다니고 있다"며 "그들의 하루 일과는 동대표, 반장, 대의원들과 아침식사로 시작해 가정방문으로 마무리된다"고 귀띔했다.
노인정이나 미용실, 수퍼 등 사람이 모이는 장소라면 OS요원들을 쉽게 접할 수 있었다. 단지 중앙상가 1층에 위치한 노인정(남성)에는 OS요원으로 보이는 젊은 여성 2명이 상주하고 있었다. 또 검은색 양복차림의 건설사 영업사원들도 쉴새 없이 드나들었다.
이들의 손에는 언제나 음료 등이 들려 있었다. 2층에 위치한 여성 전용 노인정에도 OS요원으로 보이는 젊은 여성이 노인들과 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입주민 B(72·여)씨는 노인정의 젊은 여성을 '아이파크 아줌마'라고 불렀다. 그는 "항시 노인정에 와서 우리들과 함께 말벗도 해주고 한다"며 "GS나 대우 대림에서도 사람들이 많이 온다"고 말했다.
노인정 앞에 버려진 쓰레기 속에는 각 건설사들의 로고가 찍힌 종이컵들이 한 가득 버려져 있었다.
아파트 한 관계자는 "한 2달 전 쯤부터 영업이 활발해진 것 같다"며 "얼마전 까지만 해도 수십명이 한꺼번에 몰려다니는 것을 쉽게 볼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시공사 선정 총회가 코 앞으로 다가오면서 일각에선 '카더라 식' 금품수수 루머도 돌고 있다.
한 입주민은 "어느 건설사가 누구한테 돈을 줬다는 얘기가 돌고 있지만 그게 누구인지 어느 건설사인지 얼마를 줬는지까지는 자세히 알 수 없다"며 "건설사들이 수주를 위해 쏟아부은 영업비가 결국은 조합원들의 부담으로 온 다는 것을 알면서도 주는데 안 받을 사람이 어디있겠느냐"고 말했다.
일부 건설사들은 아예 해당 단지 내에 집을 얻어 영업사원들을 상주시키고 있다. 단지 내 한 부동산 관계자는 "이사철도 아니고 학군수요도 없지만 OS나 건설사 관계자들로 인해 전세집이나 월세집이 동난 상태"라고 귀띔했다.
실제로 OS요원 가운데 한 여성은 "입주한 지 한달 정도 지났지만 아직 짐도 안 풀었다"고 얘기했다.
업계 관계자는 "4조원 규모라면 누구나 수주에 참여하고 싶어하는 만큼 해당 단지에선 총성없는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며 "또한 금품이 오가거나 향응을 제공하는 것은 표심잡기에 급급한 업체들의 불가피한 선택이었을 것이지만 결국 그 모든 영업비는 시공사 선정 후 건설비 등에 포함돼 조합원들의 부담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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둔촌주공1단지 전경. 타 단지와는 달리 건설사의 플래카드 협찬을 거부하고 있다. 하지만 4조원 규모의 대형 프로젝트를 수주하기 위한 넘쳐나는 건설사 영업인력에 몸살을 앓고 있다. /사진 홍정수 기자 |
재건축 사업 시공사 선정이 가까워지면서 둔촌주공아파트에서는 건설사에서 나온 수주 영업담당자들과 건설사에서 고용한 아웃소싱 인력(일명 OS요원)을 쉽게 목격 할 수 있다.
둔촌주공아파트는 5930가구를 헐어내고 9000가구를 새로 짓는 사업장이다. 왠만한 자체사업 규모보다도 큰 3000여 가구가 일반분양될 예정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건설사들의 눈치작전과 조합원 표심잡기는 나날이 치열해지고 있다. 여기에 당초 5월 초로 예정돼 있던 시공사 선정 총회까지 연기되자 시공사들은 구애작전을 펼칠 시간을 더 벌게됐다.
업계 관계자는 "단지 당 100억원이 넘는 영업비가 책정될 정도로 대형 사업장인 데다 최근 공공공사 발주가 줄어들면서 대형사들이 리스크가 적으면서도 규모가 큰 재건축 사업에 너도 나도 목을 메고 있다"며 "사업을 수주하는 데 유리한 조건이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건설사라면 언제든지 손을 잡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16일 점심시간이 끝나갈 무렵 단지 앞 중앙상가는 말끔한 검은색 수트 차림의 OS요원들로 북적이기 시작했다. 그들은 삼삼오오 모여 상가 앞 주차장에서 이야기를 나누다 뿔뿔이 흩어지곤 했다.
입주민들은 "각 사별로 100여명이 넘는 영업사원들이 단지를 휘젓고 다니고 있다"며 "그들의 하루 일과는 동대표, 반장, 대의원들과 아침식사로 시작해 가정방문으로 마무리된다"고 귀띔했다.
노인정이나 미용실, 수퍼 등 사람이 모이는 장소라면 OS요원들을 쉽게 접할 수 있었다. 단지 중앙상가 1층에 위치한 노인정(남성)에는 OS요원으로 보이는 젊은 여성 2명이 상주하고 있었다. 또 검은색 양복차림의 건설사 영업사원들도 쉴새 없이 드나들었다.
이들의 손에는 언제나 음료 등이 들려 있었다. 2층에 위치한 여성 전용 노인정에도 OS요원으로 보이는 젊은 여성이 노인들과 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입주민 B(72·여)씨는 노인정의 젊은 여성을 '아이파크 아줌마'라고 불렀다. 그는 "항시 노인정에 와서 우리들과 함께 말벗도 해주고 한다"며 "GS나 대우 대림에서도 사람들이 많이 온다"고 말했다.
노인정 앞에 버려진 쓰레기 속에는 각 건설사들의 로고가 찍힌 종이컵들이 한 가득 버려져 있었다.
아파트 한 관계자는 "한 2달 전 쯤부터 영업이 활발해진 것 같다"며 "얼마전 까지만 해도 수십명이 한꺼번에 몰려다니는 것을 쉽게 볼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시공사 선정 총회가 코 앞으로 다가오면서 일각에선 '카더라 식' 금품수수 루머도 돌고 있다.
한 입주민은 "어느 건설사가 누구한테 돈을 줬다는 얘기가 돌고 있지만 그게 누구인지 어느 건설사인지 얼마를 줬는지까지는 자세히 알 수 없다"며 "건설사들이 수주를 위해 쏟아부은 영업비가 결국은 조합원들의 부담으로 온 다는 것을 알면서도 주는데 안 받을 사람이 어디있겠느냐"고 말했다.
일부 건설사들은 아예 해당 단지 내에 집을 얻어 영업사원들을 상주시키고 있다. 단지 내 한 부동산 관계자는 "이사철도 아니고 학군수요도 없지만 OS나 건설사 관계자들로 인해 전세집이나 월세집이 동난 상태"라고 귀띔했다.
실제로 OS요원 가운데 한 여성은 "입주한 지 한달 정도 지났지만 아직 짐도 안 풀었다"고 얘기했다.
업계 관계자는 "4조원 규모라면 누구나 수주에 참여하고 싶어하는 만큼 해당 단지에선 총성없는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며 "또한 금품이 오가거나 향응을 제공하는 것은 표심잡기에 급급한 업체들의 불가피한 선택이었을 것이지만 결국 그 모든 영업비는 시공사 선정 후 건설비 등에 포함돼 조합원들의 부담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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