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IT시장에 아이패드 바람이 거세다.
애플의 태블릿PC인 아이패드는 지난달 예약 주문으로 하루에만 12만대가 판매됐으며 지난 3일 출시 이후 한 주만에 50만대가 팔려나갔다.
업계에서는 이달 중 아이패드 판매량이 100만대를 넘어설 것으로 보고 있다.
애플은 아이패드의 인기 행진이 이어지자 최근 해외 출시를 연기하는 방안도 내놨다. 미국내 수요를 맞추기에도 공급량이 부족하다는 이유다.
아이패드에 대한 관심은 국내에서도 뜨겁다. 국내 출시 계획은 아직 정해지지도 않았지만 아이패드의 인기는 제품보다 먼저 국내에 상륙한 모습이다.
실제 관련 업계에서는 국내에 1000대 이상의 아이패드가 들어온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아이패드를 하루라도 먼저 사용하고 싶은 얼리어답터(초기수용자) 등이 해외 현지 구매 등을 통해 구입한 것이다.
이미 인터넷 블로그나 트위터 등에는 아이패드 구입자들의 리뷰가 쏟아지고 있다. 아이패드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글 조차 애플에게는 마케팅이 되고 있는 상황이다.
사실 아이패드는 하드웨어만 놓고 보면 획기적인 제품은 아니다.
일반적인 PC가 기본적으로 지원하는 멀티테스킹 기능도 없고 배터리 등 소모품의 교체도 까다롭다.
다른 장치와 연결하는 USB 포트도 없으며 저장용량은 최대 64GB로 비슷한 가격대의 넷북에 비해 떨어진다.
하지만 이런 단점에도 아이패드가 인기를 끄는 것은 콘텐츠와 연계되기 때문이다.
아이패드는 애플의 앱스토어를 통해 전 세계 불특정 다수의 개발자들이 만든 다양한 콘텐츠를 언제 어디서나 쉽게 활용할 수 있도록 만든 소형 디지털 단말기라 할 수 있다.
아이패드를 구입하는 사람들은 아이패드 자체보다, 아이패드를 통해 활용할 수 있는 콘텐츠에 매력을 느끼고 있는 것이다.
아이패드의 인기에 주목되는 것은 애플과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해야 할 국내 PC업체들이다.
전 세계가 아이패드에 열광하고 있지만 국내 업체들의 대응책은 미진하다.
국내 PC시장 1위인 삼성전자의 경우 아직 태블릿PC의 출시 계획이 없는 상태다. LG전자와 삼보컴퓨터만 하반기 출시를 계획하고 있다.
HP, 델, 에이서 등 글로벌 PC업체들이 최근 아이패드에 맞대응하기 위한 태블릿PC를 잇달아 출시하고 있는 것과 대조적인 모습이다.
이같은 국내업체들의 미진한 대응에 대해 전문가들은 내수에 대한 높은 의존도가 원인 중 하나라고 분석하고 있다.
그동안 내수를 통해 안정적인 수요를 확보하면서 국내 업체들이 아이패드와 같은 최신 제품 트렌드에 대응력이 약해졌다는 지적이다.
국내 PC시장은 삼성전자, LG전자, 삼보컴퓨터가 1, 2, 3위를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글로벌 PC 시장에서 국내 업체들의 시장 점유율은 모두 5위권 밖이다. 국내 PC업체들이 내수 시장에 안주해왔다는 것을 방증하는 것이다.
전문가들의 또 다른 지적은 콘텐츠다. 국내 업체들이 콘텐츠로 중심 이동되는 전 세계 IT트렌드에 적절한 대응을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중요한 것은 시행착오는 성과를 위한 과정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점이다.
콘텐츠를 기반한 태블릿PC가 전 세계 PC 시장의 큰 조류라면 관련 제품을 출시해 실패든 성공이든 맞대응을 해봐야 할 것이다.
국내 업체들의 준비가 미진하다고 아이패드의 도입을 미루는 것도 곤란하다. 이미 우리는 뒤늣게 도입한 아이폰으로 국내 업체들의 스마프폰 시장 주도권이 흔들린 경험을 한 상태다.
국내 업체들은 아이패드를 통한 애플의 성공사례를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 이제 더 이상 내수 시장은 국내 업체들에게 보호막일 수 없다.
하드웨어 중심의 시장 구조를 콘텐츠 중심으로 바꾸고 글로벌 트렌드를 빠르게 받아들여 더욱 발전시키는데 국내 PC업체들이 협력방안을 모색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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