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이정은 기자) 사기혐의로 피소된 골드만삭스의 최고경영진들은 27일(현지시간) 오후 9시까지 약 11시간 이상 강한 질타가 쏟아졌던 미 상원 청문회에서 부채담보부증권(CDO) 사기혐의에 대한 내용을 전면 부인했다.
상원 국토안보위원회 산하 상설조사소위의 청문회에서 의원들은 골드만삭스에 금융위기 조장을 비롯, 고객에 대한 의무와 주택시장 하락에 대한 베팅 등 윤리적인 질문을 강도 높게 쏟아냈지만 로이드 블랭크페인 최고경영자(CEO)를 비롯한 7명의 전ㆍ현직 경영진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제소 내용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SEC는 지난 16일 골드만삭스가 2007년 주택모기지 관련 금융상품의 설계과정에 관여했던 헤지펀드인 '폴슨 앤드 코'가 해당 상품의 가치가 하락할 때 수익을 챙기는 식으로 베팅했다는 사실을 투자자들에게 알리지 않은 채 상품을 팔아 고객들에게 10억달러 이상의 손실을 끼쳤다는 이유로 골드만삭스와 파브리스 투르 부사장을 사기혐의로 제소했다.
블랭크페인 CEO는 "불행하게도 주택시장이 급속히 악화됐고 그렇기 때문에 사람들이 돈을 잃었다"며 손실 책임을 시장상황 악화 때문으로 돌리며, 고의로 고객의 손실을 유도했다는 의혹을 일축했다.
그는 회사의 입장을 변호하며 골드만삭스가 파는 금융상품이 "리스크가 포함된 것으로 합의된 상품이며, 투자자들은 금융사들의 투자 포지션을 알려 해서는 안되고 알 필요도 없다"고 항변했다.
블랭크페인 CEO는 전날 청문회에 앞서 공개한 답변 준비문에서 "골드만삭스는 고객들을 상대로 도박하지 않았고 주택시장 폭락에 베팅하지도 않았다"고 반박했다. 또 "골드만삭스는 고객 중심의 140년 역사를 이어온 회사로서 고객들이 그들의 신뢰를 맡길 만하다고 판단하지 않으면 우리는 생존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골드만삭스 경영진 가운데 유일하게 피소된 투르 부사장은 서면 증언에서 "해당 금융상품은 가치가 하락하도록 설계된 것이 아니다"라며 "자체 설계한 금융상품이 실패로 끝나기를 기대하는 경제적 동기가 있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 상품에 투자해 손해를 봤던 독일의 IKB나 상품의 설계를 대행했던 ACA 등을 오도한 것이 아니라는 주장이다.
데이비드 비니어 재무담당 최고경영자(CFO)도 "골드만삭스가 주택모기지 관련 분야에 대한 투자를 통해 2007년에는 소규모의 이익을 냈지만 2008년에는 큰 손해를 봤다"면서 "2007년의 경우도 시장 흐름에 대한 선견지명이 있어서 돈을 번 것이 아니라 리스크 관리 때문"이라고 주장하는 등 자신들의 행위를 사기행각으로 몰아가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날 청문회에서 양당 의원들은 한 목소리로 "억제되지 않은 탐욕(unbridled greed)" 같은 표현을 써가며 골드만삭스를 질타했다.
민주당의 칼 레빈 의원은 블랭크페인 CEO에게 "당신은 사람들이 당신을 믿어주길 바라겠지만 난 당신을 신뢰할 수 없다"고 비난했고, 공화당의 수잔 콜린스 의원도 "수많은 미국인이 집과 직장을 잃었을 때 골드만삭스 경영진은 주택시장의 붕괴를 자축했다"고 꼬집었다. 같은 당의 존 엔사인 의원은 "월가에도 카지노가 있다는 것을 알면 라스베이거스가 불공평하다고 할 것"이라고 비꼬았다.
청문회장의 방청석에는 줄무늬 있는 죄수 복장을 한 시민들이 '부끄러운 줄 알라', '골드만 뱅스터(은행가와 갱스터의 합성어)' 등의 항의 피켓을 들고 참관하기도 했다.
이날 청문회에서는 골드만삭스가 주택시장 하락과 연계된 자산을 줄이기 위해 2006~2007년 사이 고객들에게 관련 상품을 팔기 위한 팀까지 구성했던 내용이 새롭게 드러나기도 했다. 칼 레빈 의원에 따르면 블랭크페인 CEO를 포함해 직원들이 주고받은 이메일에서 골드만삭스는 위험해진 보유채권을 팔기 위한 판매원단을 구성하기도 했다.
nvcess@ajnews.co.kr
[아주경제 ajnews.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