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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영화] 전쟁이 남기는 기나긴 그림자 '브라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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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0-04-29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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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으로 인해 죽은 줄로만 알았다가 돌아온 형과 그 사이 서로를 인정하게 된 동생, 형의 부인 세 사람의 변해버린 관계에서 비롯된 의심과 비밀을 다루며 상처마저도 감싸안는 가족의 의미를 되새긴다.

(아주경제 인동민 기자)    샘(토비 맥과이어)은 첫사랑 그레이스(나탈리 포트만)와 결혼해 두 딸을 둔 착실한 가장이자 충실한 군인으로 네 번째 파병을 앞두고 있다. 가족들과의 송별 저녁식사자리에 감옥에서 막 출소한 동생 토미(제이크 질렌할)가 참석하면서 불편한 기운만 남긴다.

샘은 아프가니스탄으로 떠나고 토미는 여전히 가족으로 인정 받지 못하고 방황하는 가운데, 샘이 탄 헬리콥터가 산에서 폭격을 당해 전사했다는 소식이 전해진다. 형이 떠난 빈자리를 채워가며 가족을 잃은 서로의 아픔을 보듬는다. 하지만 죽은 줄 알았던 형이 살아 돌아오자 자신도 알 수 없는 감정에 휩싸인다.

동료와 함께 탈레반 병사들에게 포로로 붙잡혀 죽음보다 더한 고통은 잊혀지지 않는 전쟁의 상처로 샘의 광기를 폭발하게 만든다.
캐릭터들의 섬세하고 진실된 내면의 감정을 세밀하게 이끌어내는 짐 쉐리단 감독이 ‘브라더스’로 돌아왔다. 이 작품은 ‘나의 왼발’ ‘아버지의 이름으로’에 이은 가족이라는 그릇에 시대와 인간승리, 화해와 소통 등의 감동을 담았던 가족 3부작의 완결판이다.

나의 왼발은 뇌성마비로 전신이 뒤틀려 오직 왼발만을 움직일 수 있는 소년이 어머니의 끝없는 희생과 사랑에 힘입어 절망을 딛고 일어서는 과정을 그렸다. '어머니와 아들'의 무한한 사랑을 보여주며 평단의 호평과 관객들의 사랑을 이끌어 냈다. 이 작품에서 신들린 연기를 보여준 다니엘 데이 루이스는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어머니 역의 브렌다 프리커는 여우조연상을 수상했다.

또한 무고하게 폭탄테러혐의를 받고 징역 15년을 살던 한 청년이 아버지의 희생으로 무죄 선고를 받은 실화를 다룬 아버지의 이름으로는 '아버지와 아들'이라는 또 다른 가족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70년대 영국과 아일랜드 사이의 정치적 긴장관계 속에서의 아버지와 아들의 오해와 용서, 내면의 성장을 감동의 드라마로 풀어냈다는 찬사를 받았다. 쉐리단 감독은 이 작품으로 44회 베를린 영화제 금곰상을 수상하며 명실상부 거장의 반열에 올라서게 됐다.
 
가족 3부작의 완결편 격인 브라더스는 아프가니스탄 전쟁을 배경으로 가족간의 사랑, 전쟁이 남기는 기나긴 그림자, 용서와 치유의 지속적 가능성 등 그간 쉐리단 감독이 탐험했던 여러 테마들을 여행한다. 죽은 줄로만 알았다 돌아온 형과 그 사이 서로를 인정하게 된 동생, 형의 부인 세 사람의 변해버린 관계에서 비롯된 의심과 비밀을 다루며 상처마저도 감싸 안는 가족의 의미를 되새긴다.

브라더스는 2004년 수잔 비에르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동명의 덴마크 영화를 원작으로 한다. 여성감독 특유의 섬세한 연출력을 선보인 이 작품은 선댄스 영화제 관객상을 수상했다.국내에도 소개돼 많은 사랑을 받았을 뿐만 아니라 세계의 명제작자들의 눈길을 사로  잡았다.

‘광란의 사랑’ ‘칼리포니아’ 등을 제작한 시그리온 시그밧슨은 브라더스에서 ‘귀향’ ‘디어 헌터’와 같은 전쟁영화들과의 서사적 연관성을 발견하고 ‘전쟁이 가족들에게까지 미치는 영향’을 그리고자 리메이크 작업에 착수했다.

베트남 전쟁에 참전했던 퇴역군인과 아프가니스탄 전쟁에 참전하는 아들이라는 설정으로 배경을 달리했지만 형제에 대한 기본적인 스토리 라인은 유지하며 감동의 초석을 다졌다. 여기에 전작들에서 평범한 가족들을 통해 보편적인 감성을 이끌어낸 쉐리단 감독이 연출을 맡게 되면서 영화는 전체적으로 전쟁의 아픔보다는 시련 속에서 피어나는 인간의 이야기에 집중하게 됐다.

대중적인 드라마에 묵직한 주제를 담은 쉐리단 감독의 연출력은 “마지막 순간 폭발할 때까지 긴장감이 지속되는 완벽한 오케스트라 연주”라는 호평을 얻었다. 미국 개봉 당시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하며 흥행에서도 역시 성공을 거뒀다. 영화계의 호평과 함께 토비 맥과이어에게 올해의 골든 글로브 남우주연상 후보 영예와 록그룹 U2의 음악은 주제가상에 노미네이트됐다.

브라더스는 토비 맥과이어와 제이크 질렌할, 나탈리 포트만 등 할리우드를 이끌고 있는 젊은 연기파 배우들이 앙상블을 이뤘다. 근래 가장 폭 넓은 연기 스펙트럼을 보여주고 있는 세 배우는 모두 이 작품을 통해 놀랍도록 완벽한 연기를 펼쳤다는 평이다.

시나리오에 끌려 출연하게 된 토비 맥과이어는 샘 카힐 역을 통해 서늘한 눈빛, 감정을 잃어버린 듯한 차가운 표정, 아내와 동생을 의심하는 불안한 심리 상태를 완벽하게 표현했다. 이에 쉐리단 감독이 선택한 ‘제2의 다니엘 데이 루이스’라는 칭호와 함께 연기력을 인정 받았다.

블록버스터에서 예술영화까지 할리우드를 장악한 질렌할은 집안의 골칫덩이 남동생 ‘토미’ 역으로 합류했다. 그는 형에 대한 자격지심과 형의 부재로 내면을 발견하는 복잡한 감정을 깊이 있게 연기한다. 또한 아름다운 배우에서 진정한 영화인으로의 행보를 보이고 있는 포트만은 샘의 아내 그레이스 카힐을 맡아 그 어느 때보다 성숙한 매력을 선보였다.

이 작품은 파병으로 인해 가정적이고 좋은 남편이자 아빠였던 한 남자가 포로가 되고 그로인해 수많은 고통을 겪으며 변해가는 모습을 그렸다. 전쟁이 주는 상처와 슬픔이 얼마나 잔인하고 아픈 것인지 '전쟁은 사람을 피폐하게 만든다'는 당연한 사실을 샘과 그레이스, 토미를 통해 보여주고 있다.

또한 비극의 발단은 전쟁이지만 본질은 기쁨과 고통을 함께 나누었기에 결국 상처받은 삶을 구원해줄 사람은 가족 밖에 없다는 평범하지만 거대한 진리를 말하고 있다. 5월 5일 개봉.



idm81@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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