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김신회 기자) 그리스 재정위기 사태가 일파만파 확산되고 있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16개국)과 국제통화기금(IMF)은 그리스에 향후 3년간 최대 1200억유로를 지원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시장은 여전히 불안한 모습이다. 투자자들은 그리스의 채무불이행(디폴트) 선언 가능성을 열어두고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영국 BBC방송은 28일(현지시간) 그리스 사태의 향후 전개 방향을 5가지 시나리오로 나눠 설명했다.
◇구제금융 성공
유로존과 IMF는 그리스에 450억유로 규모의 구제금융을 지원한다는 데 합의했지만 구체적인 사항은 아직 논의 중이다. 유럽 최대 경제대국인 독일이 다음달 9일 열리는 지방선거를 이유로 소극적인 자세로 일관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그리스가 다음달 19일 만기가 돌아오는 부채를 상환하는 데 필요한 90억유로만 조달할 수 있다면 발등의 불은 끌 수 있다. 사태가 악화되자 IMF도 100억 유로를 더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그리스의 공공부채는 모두 3000억유로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국내총생산(GDP)의 113%에 달하는 액수다. 재정적자 규모 역시 GDP의 13%에 달한다. 결국 재정적자를 줄이기 위한 방법은 긴축을 강화하는 것뿐이다. 하지만 반발여론을 감안하면 그리스 정부의 추가 긴축 여지는 그리 넓지 않다.
◇채무조정
그리스가 부채를 제 때 갚지 못할 상황에 처하면 부채 규모를 줄이고 상환시기를 재조정하는 채무조정협상에 들어갈 수 있다. 그리스 국채 보유자들이 상환액 삭감에 합의하면 부담을 덜고 시간을 벌 수 있다.
시장에서는 삭감 규모가 20~50% 정도 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하지만 시장의 신뢰가 떨어져 투자자들이 그리스 국채에 등을 돌리고 유로존 내 다른 국가가 발행한 채권의 이자율도 상승해 유로화 가치가 추락하게 된다.
반대로 채무조정협상이 불발로 끝나면 유로존에 대한 압박은 더욱 커져 유로존이 붕괴위기에 처할 수 있다.
◇그리스 유로존 탈퇴
그리스 경제가 경쟁력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임금 비용 및 물가 인하가 필요하며, 이는 보통 자국 통화 평가 절하를 통해 달성된다. 하지만 유로존 회원국인 그리스는 이런 선택을 할 수 없는 상황이다.
따라서 그리스가 일시적으로 유로화를 포기하고 기존 통화인 드라크마 체제로 돌아가는 방안을 취할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이 경우 노동 비용이 줄고 수출과 관광 수입이 증가할 수 있다.
하지만 기존 부채는 여전히 유로화로 남아있기 때문에 갈수록 상환 부담이 커지게 된다. 2001~2002년 페소화 붕괴 후의 아르헨티나처럼 유로화로 표시된 금융 계약을 강제적으로 드라크마화로 변환시키면 이런 부담을 덜 수 있다.
◇채무불이행(디폴트) 선언
BBC는 그리스가 디폴트를 선언하는 데 따른 충격은 1998년 러시아나 2001년 아르헨티나의 디폴트 선언에 따른 충격을 합한 것보다 클 것이라고 경고했다. 특히 그리스 부채의 70%가량을 보유한 독일과 프랑스의 금융기관들이 심한 타격을 입는 등 유럽연합(EU) 경제대국들이 주로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밖에 BBC는 그리스가 세제 개혁을 통해 노동비용을 줄여 재정수지의 균형을 맞출 수 있다는 견해를 제시했다. 도밍고 카발요 전 아르헨티나 경제장관은 그리스에서 지불급여세 회피가 광범위하게 이뤄지고 있다며 현재 4.5%~19%로 다양하게 책정된 부가가치세율을 25%로 올리면 정부가 지불급여세를 완벽하게 거둬들이고 세수를 늘릴 수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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